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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이후 여자탁구는 '퇴보'했다. 선배들이 굳건히 지켜온 세계 4강권마저 무너졌다. 이에리사, 현정화, 양영자, 김경아 등 역대 대한민국 여자탁구 톱랭커들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단언컨대 2012년 이후 현역 한국 여자선수들 중 세계 무대에서 상대가 두려워할 만한 선수는 없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회를 받은 중국 출신 귀화선수들도 답을 주지 못했다. 도쿄올림픽의 해, 2020년 1월 현재 10위권 내에 한자릿수 톱랭커 하나 없다. 지난해 무려 18번의 오픈대회에 출전한 전지희(포스코에너지)가 가장 높은 랭킹 16위다. '이웃' 일본은 10위권 내에 이토 미마(3위), 이시카와 카스미(9위) 등 2명이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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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떻든 대표팀에서 잡음이 나온 것, 선수들을 아우르지 못한 것부터 일단 감독의 책임이다. 제자의 허물은 곧 스승의 허물이다. 소속팀 감독 역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녹취 파일을 말하기 전에 지도자 동료이자 후배인 유 감독과 선수의 관계를 중재할 시간이 얼마든지 있었다. 탁구는 '매너 스포츠'이고, 피 튀기는 승부 후엔 '호형호제'하며 축하하고 위로하던 탁구인들 사이의 일이라 뜻밖의 상황 전개는 더욱 충격적이다.
새로 꾸려진 여자대표팀이 도쿄올림픽 단체전 티켓을 따기 위해 포르투갈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 단체예선에서 분투중인데, 한국 탁구계는 여전히 '이전투구', 반목과 갈등으로 연일 시끄럽다. 추교성 감독내정자는 "대표팀은 절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홍순화, 현정화, 홍차옥 등 내로라하는 레전드 선배들도 주장 역할을 하면서 팀원들을 잘 이끌었다. 그 끈끈한 힘이 전통적인 우리나라 여자탁구의 힘이고 정신이었다"며 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을 애써 독려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도 장담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시기, 냉정하게 말해 전력을 총동원해 '원팀'으로 똘똘 뭉쳐도 쉽지않은 난제다. '지면 떨어지는' 넉아웃 토너먼트 16강서 '난적' 북한과 맞대결이 예고된 마당,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부담감 속에 외롭고 힘든 전쟁을 치르고 있다. IOC선수위원인 '후배'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이 '공정성''선수, 지도자 인권'을 강조하며 부산세계선수권 성공 개최를 위해 국내외를 오가며 고군분투하는 상황, 오로지 자기 생각뿐인 일부 탁구인들의 행태는 안타깝기 짝이 없다.
스포츠는 결국 팀워크이고 분위기다. 자기 팀만 앞세우고, 자신의 꿈만 앞세우는 이기적인 분위기가 지배하는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거뒀다는 이야기는 어느 나라, 어떤 종목에서도 듣지 못했다. 한국 탁구의 미래, '15세 최연소 국가대표' 신유빈이 이런 대표팀에서 도대체 무엇을 배울까.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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