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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보다는 판정승 생각…치열하게 체력전 벌일 것"
체급도 같은 웰터급(77.1㎏)인 데다가, 강력한 근력을 앞세워 그래플링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도 비슷하다.
김동현과 함께 전 세계를 돌며 '무사 수행'을 마친 고석현은 다음 달 1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블랜치필드 vs 바버' 메인카드에서 빌레 고프(26·미국)와 UFC 데뷔전을 치른다.
2017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국제삼보연맹(FIAS)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컴뱃 삼보 금메달을 목에 건 뒤 "UFC 무대에 진출하는 게 목표"라고 당차게 밝혔던 20대 초반의 청년은 어느덧 30줄을 넘긴 뒤에야 꿈의 무대로 향한다.
고석현은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너무 많은 축하를 받았다. 가족들도 처음에는 격투기한다고 했을 때 걱정하며 말렸지만, 이제는 다들 축복해준다"고 말했다.
고석현은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다양한 나라의 선수와 싸우며 한층 성장했다.
그는 불혹을 훌쩍 넘긴 스승 김동현의 위대함을 이번 '무사 수행'에서도 실감했다고 한다.
고석현은 "아직도 현역인 선수들을 그냥 다 눌러놓고 가둬놓는다. 상대 선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배우고 싶다"면서 "정말 배우고 싶은 재능이지만, 오래 함께 있으면서 어떻게든 따라 해보려고 노력해봐도 안 되더라"라고 말했다.
한국인 선수가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단체인 UFC에 진출하는 길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매년 열리는 아시아 지역 선수 선발전인 '로드 투 UFC'를 통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를 거치는 것이다.
이 가운데 DWCS는 화이트 UFC 회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벌이며, 그의 마음에 들면 UFC와 계약하는 방식이다.
고석현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DWCS를 통해 UFC 무대를 밟는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 않고, UFC 무대에서 뛰는 게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챔피언이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UFC 웰터급 잠정 챔피언을 지낸 콜비 코빙턴(37·미국)을 쓰러뜨리는 게 목표다.
김동현은 2017년 코빙턴에게 판정패한 뒤 종합격투기 무대를 떠났다.
고석현은 "일단 데뷔전을 집중해서 치르고, 승리를 더 쌓으면 코빙턴과 붙어보고 싶다. 코빙턴을 잡고 동현이 형 복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나이가 적지 않은 코빙턴과 붙으려면 고석현은 빠른 속도로 승리를 쌓아야 한다.
지금은 바로 눈앞의 상대 고프를 잡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석현은 "고프는 살짝 투박하게 타격으로 밀고 들어오는 스타일이더라. 나는 치고받고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라 스텝 밟으면서 타격이나 레슬링을 섞는 스타일이다. 그 부분에서 내 리듬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보통 UFC 데뷔전을 앞둔 선수는 'KO로 이기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고석현은 신중하게 "판정승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냉정하게 제 주먹이 (KO를 잡을 만큼) 센 것도 아니고, 고프는 KO패가 없는 선수다. 1, 2라운드에 KO로 승리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경기를 치르면, 막상 경기장에서 뜻대로 안 풀려서 당황할 것 같았다"면서 "그래서 치열한 체력전을 벌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 스텝을 활용해서 복싱과 레슬링을 섞는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4bun@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