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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사태...'부회장 도전'유승민 회장.투표 못하고 귀국 "허탈"

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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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28 03:27 | 최종수정 2025-05-28 03:59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출처=ITTF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국제탁구연맹(ITTF) 회장 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27~28일(한국시각) 세계탁구선수권 종료 직후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ITTF 연례총회에선 신임 회장, 부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었다. 페트라 쇠링 ITTF 회장의 4년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새 회장과 집행부를 꾸리는 선거로 쇠링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한 가운데 카릴 알 모한나디 ITTF 부회장 겸 아시아탁구연맹 회장(카타르), 모하메드 엘 하센 아흐메드 살렘 모리타니탁구협회장이 출마했다.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특히 이날 총회는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ITTF 부회장에 도전해 관심을 모은 회의였다. 전세계 17명의 후보가 출마해 이날 총회에서 8명을 투표로 선출하는 과정. 선거를 앞두고 유 회장은 지난 24일 김해전국소년체전 학생선수-학부모 간담회 직후 카타르 도하로 출국, 26일 206개 회원국 대표들 앞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아테네올림픽 챔피언으로 탁구 종목 최초의 IOC선수위원, 대한탁구협회장을 거쳐 대한체육회장 자리에 오른 젊은 글로벌 스포츠 리더를 향한 현장 지지가 뜨거웠다.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출처=ITTF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출처=ITTF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출처=ITTF
그러나 이날 회장 선거의 예기치 않은 파행으로 부회장 투표는 시작조차 못한 채 끝이 났다. 페트라 쇠링 현 회장과 카릴 알모한나디 아시아탁구연맹 회장이 초박빙인 상황, 선거 전부터 신경전이 치열했다. 알모한나디 회장이 부정투표, 조작 가능성이 높다며 전자투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결국 전자투표가 아닌 '수기 방식' 투표가 진행됐다. 총회에 참석한 185개국 회원국 대표가 알파벳 순으로 호명되면 한 명씩 나와 투표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1시간10분이 넘는 장시간 투표 후 라울 칼린 ITTF 사무총장이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쇠링 현 회장이 104표, 알모한나디 회장이102표, 생각보다 더 초박빙인 결과. 당선자로 발표된 쇠링 회장이 연단에 나서 "더 열심히 하겠다"는 짧은 소감을 발표한 직후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온라인 투표에 참가한 회원국 수가 라울 칼린 총장이 처음 공지한 것과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0시간 전 처음 공지된 온라인 회원국 투표수는 16표였는데 투표 결과에선 총 21표로 둔갑했다는 의혹이었다. 뒤늦게 투표에 참가한 국가들은 투표권이 없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출처=ITTF
쇠링 회장의 104표 중 87표는 현장, 17표는 온라인 투표였고, 알모한나디 회장의 102표 중 98표가 현장, 4표가 온라인 투표인 상황. 현장 투표로만 보면 알모한나디 회장이 11표 앞섰고, 온라인투표에서 쇠링 회장이 13표 앞서며 당락이 결정됐다. 온라인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총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다.

알모한나디 회장의 최측근인 압둘라 알물라 ITTF 후보선임위원장(카타르)가 강하게 항의하는 가운데 중동을 중심으로 각 회원국 대표들이 앞다퉈 마이크를 잡고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1시간 가까이 집행부를 집중 성토했다. "온라인 투표 회원국의 로그인 시간을 공개하라" "전자투표를 하지 않기로 했으니 온라인 투표는 무효다" "현장 투표로 재투표하자" "온라인 투표를 빼면 회장은 카릴(알모한나디)" 등등 격앙된 의견들이 쏟아졌다.


"온라인투표 조작 의혹" ITTF회장 선거,사상 초유의 '大난장판' 중단…
선거 과정 전반을 진행한 ITTF 집행부를 신뢰할 수 없다며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회원국을 보유한, 유구한 역사와 전통의 국제스포츠단체의 선거라고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한 회원국 대표는 "나는 누가 당선되든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 스포츠에서 이런 절차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 100년 역사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ITTF다. 당신들은 우리의 수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그레이엄 시몬스 ITTF 부회장은 "208개 회원국이 등록됐고, 처음에 온라인투표수를 공지한 것은 정족수를 확인하는 과정이었으며 조금 늦게 로그인한 회원국 협회도 대면 또는 온라인으로 투표할 권리가 있다"면서 "항소할 수 있다.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여론이 가라앉지 않자, 시몬스 부회장과 스티브 데이턴 ITTF CEO 등 집행부는 총회 중단을 선언했다. 향후 대책을 논의해 공지하기로 하고 총회가 급마무리됐다. ITTF는 총회 종료 직후 공식 홈페이지에 '페트라 쇠링 회장이 재선됐다'는 오피셜 기사를 공지했다.

알모한나디 회장측은 법적 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했다. 전세계에 생중계된 이날 총회 파행으로 쇠링 회장과 집행부의 리더십과 신뢰도는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회장 선거 파행으로 부회장 선거까지 무산되면서 유 회장을 비롯한 부회장 후보들은 투표를 시작조차 못했다. 선거를 위해 바쁜 일정을 쪼개 도하행 비행기에 오른 유 회장과 대한탁구협회 대표로 총회에 참석한 현정화 부회장은 "이런 일은 진짜 처음 본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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