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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 평소엔 '에겐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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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 김현빈은 세계선수권 4강에서 자신을 꺾었던 동동 카만니(이탈리아·세계 2위)를 2회전에서 만나 또 '누르기' 패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패자부활전에선 '천적'들을 줄줄이 넘어서는 투혼을 보여줬다. "평소엔 여리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누구에게도 안 진다는 승부욕이 발동한다"고 했다. 패자 1회전서 작년 독일그랑프리에서 패했던 주나에디(인도네시아)를 한판승으로, 이겨야 사는 동메달 결정전에선 반드시 잡겠다던 패럴림픽 동메달리스트, '세계 챔피언' 출신 카필 파르마르(인도)을 배대뒤치기 절반으로 꺾었다. 2패 끝의 첫승, 그러나 김현빈은 겸손했다. "파르미르는 팔을 좀 다친 상태였다. 다음엔 100%의 컨디션으로 다시 붙어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승리의 이유는 분명했다. "예전에 붙었을 땐 업어치기, 빗당겨치기 같은 손기술 위주의 플레이를 했는데 체급을 올리면서 누우면서 던지는 '배대뒤치기' 기술을 구사한 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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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감독은 김현빈의 미래를 확신했다. "현빈이는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MZ세대 답게 의사 표현도 분명해서 가르치는 입장에선 굉장히 편하다"고 칭찬했다. "지금은 앞으로 당기는 기술을 많이 하는데 뒤로 미는 기술을 좀더 연마하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후좌우 기술이 다 되면, 내가 보기엔 세계 그 누구도 현빈이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빈이는 고무줄같은 선수다. 잡아당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손을 탁 놓으면 바람처럼 원없이 날아가는, 그런 고무줄 같은 선수다. 전후좌우, 뭐든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패배를 승리로 바꾸고야 마는 김현빈에겐 지난 두 번의 대회, 두 번의 시련을 안긴 동동 카만니를 넘는 일만 남았다. 동동 때문에 '동 2개'를 딴 것 아니냐는 아재개그에 파안대소했다. 원 감독은 "현빈이가 동동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왔다. 시상대에서 '다음엔 꼭 너 이길 거야'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현빈은 "동동과 친구가 됐다. 잘 하는 기술을 물어봤는데 내가 사용하는 기술들과 완전히 일치하더라. 나를 잘 넘기는 상대들의 스타일을 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동동이 자세가 낮아 내가 하는 앞으로 당기는 손기술은 안 통한다. 감독님 말씀이 맞다. 뒤로 던지는 발기술을 더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달은 그냥 오지 않는다. 남다른 하체를 지닌 김현빈은 스스로를 "시각팀 대표 헬스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3대 500?(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 합산 중량)" 한마디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민 플레잉코치님, '농아인 국대' 정종욱 형과 팀에서 같이 '불가리안 백' 훈련을 죽을 듯이 한다. 우리는 고통을 즐기는 훈련 중독자들"이라며 웃었다. '불가리안 백'은 불가리아 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코치였던 이반 이바노프가 선수들의 컨디셔닝 훈련을 위해 개발한 운동 기구를 활용한 훈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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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감독은 애제자 김현빈을 "맛있는 선수"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유도가 이렇게 재밌구나' 느끼게 해주는 선수. 눈으로 즐기는 음식처럼 맛있는 선수"라고 했다. 김현빈은 시각장애 유도를 알지 못하는 팬들에게 "생긴 건 평범하지만 볼수록 중독성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의 끝, 김현빈이 "제가 기사 제목 추천해드려도 돼요?"하더니 "'MZ 유도의 반란, 김현빈'이라고 써주세요"라며 웃었다. '에겐남' 승부사의 MZ다움이 유쾌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