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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생 유도신성'김현빈"맛있는 MZ유도의 반란!"#에겐남#3대500#반전승부사[진심인터뷰]

기사입력 2025-08-26 06:30


'2001년생 유도신성'김현빈"맛있는 MZ유도의 반란!"#에겐남#3대50…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2001년생 유도신성'김현빈"맛있는 MZ유도의 반란!"#에겐남#3대50…
유도할 땐 '상남자', 평소엔 '에겐남', 반전 승부사 김현빈이 20일 IBSA유도그랑프리에서 금의환향한 후 빛나는 동메달을 들어보였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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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유도 신성' 김현빈이 19일 이집트 기자에서 열린 IBSA 유도그랑프리 남자 70kg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장애인유도협회

[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저, 평소엔 '에겐남'이에요."

지난 20일 금의환향한 '유도 신성' 김현빈(24·평택시청·세계 6위)이 눈웃음을 지었다. '에겐남'이란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남성을 합친 말로 섬세하고 감성적인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 업치기, 되치기, 배대뒤치기로 상대가 누구든 거침없이 메다꽂는 2001년생 '유도 상남자'는 "평소엔 드라마를 보며 눈물 흘리는 마음 여린 남자"라며 웃었다.

김현빈은 반전 있는 선수다. 지난 5월 아스타나세계시각장애인유도선수권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방' 카자흐스탄 누르다울레토프 아실란과 혈투 끝에 종료 4초 전 안뒤축 감아차기로 기적같은 역전승과 함께 8년 만의 동메달을 찾아오더니 19일 이집트 기자에서 열린 국제시각장애인스포츠총연맹(IBSA) 유도 월드그랑프리에서 2회전 패배 후 패자부활전서 끝까지 살아남아 기어이 2연속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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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아스타나 세계장애인유도선수권에서 한국선수로는 8년 만의 동메달을 획득한 데이어 IBSA 이집트 기자 유도그랑프리에서 2연속 동메달을 목에 건 '유도 신성' 김현빈. 사진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시각장애인 유도는 J1(전맹)과 J2(저시력) 2개 등급으로 나뉜다. 다섯살 때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김현빈은 J1, 70㎏급 세계 유도계에서 가장 빛나는 신예다. 2017년 성남 성보경영고에서 유도를 시작했고 2학년 때 서울맹학교로 전학한 후 유도에 매진했다. 짜릿한 한판승의 중독성에 푹 빠졌다. 국제연맹에서 60㎏에서 70㎏으로 체급을 올린 후 김현빈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평소 체중이 66㎏인데 감량보다 증량이 더 잘 맞는다. 마음 편하게 먹고 훈련하면서 컨디션도 기술도 더 좋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번 대회 김현빈은 세계선수권 4강에서 자신을 꺾었던 동동 카만니(이탈리아·세계 2위)를 2회전에서 만나 또 '누르기' 패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패자부활전에선 '천적'들을 줄줄이 넘어서는 투혼을 보여줬다. "평소엔 여리지만 경기장에 들어서면 누구에게도 안 진다는 승부욕이 발동한다"고 했다. 패자 1회전서 작년 독일그랑프리에서 패했던 주나에디(인도네시아)를 한판승으로, 이겨야 사는 동메달 결정전에선 반드시 잡겠다던 패럴림픽 동메달리스트, '세계 챔피언' 출신 카필 파르마르(인도)을 배대뒤치기 절반으로 꺾었다. 2패 끝의 첫승, 그러나 김현빈은 겸손했다. "파르미르는 팔을 좀 다친 상태였다. 다음엔 100%의 컨디션으로 다시 붙어 이기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승리의 이유는 분명했다. "예전에 붙었을 땐 업어치기, 빗당겨치기 같은 손기술 위주의 플레이를 했는데 체급을 올리면서 누우면서 던지는 '배대뒤치기' 기술을 구사한 게 통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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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빈이 멘토이자 스승인 원유신 평택시청 장애인유도 감독(시각장애유도대표팀 감독)과 동메달 하트포즈를 취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2001년생 유도신성'김현빈"맛있는 MZ유도의 반란!"#에겐남#3대50…
김현빈이 세게선수권-그랑프리 2연속 동메달 후 금의환향했다. 왼쪽부터 원유신 평택시청 장애인유도팀 감독, 김현빈, 정기식 대한장애인유도협회 사무국장.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김현빈의 쾌거는 시각장애 유도의 희망이다. '장애인 유도의 메카' 평택시청에서 '자카르타-항저우아시안게임 2연패 에이스' 이정민을 키워냈던 '김현빈 스승' 원유신 감독은 "2021년 도쿄패럴림픽 이후 시각유도가 침체기였는데 현빈이가 세계선수권, 그랑프리에서 메달을 따면서 젊은 선수들이 분발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며 반색했다. "카자흐스탄 등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현빈이를 경계하고 많이 물어본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현빈 역시 "시각장애인 스포츠가 골볼, 육상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는데 서울맹학교 출신으로서 유도에도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기면 좋겠다.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했다.

원 감독은 김현빈의 미래를 확신했다. "현빈이는 성실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MZ세대 답게 의사 표현도 분명해서 가르치는 입장에선 굉장히 편하다"고 칭찬했다. "지금은 앞으로 당기는 기술을 많이 하는데 뒤로 미는 기술을 좀더 연마하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전후좌우 기술이 다 되면, 내가 보기엔 세계 그 누구도 현빈이를 잡을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현빈이는 고무줄같은 선수다. 잡아당기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 손을 탁 놓으면 바람처럼 원없이 날아가는, 그런 고무줄 같은 선수다. 전후좌우, 뭐든 할 수 있는 선수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패배를 승리로 바꾸고야 마는 김현빈에겐 지난 두 번의 대회, 두 번의 시련을 안긴 동동 카만니를 넘는 일만 남았다. 동동 때문에 '동 2개'를 딴 것 아니냐는 아재개그에 파안대소했다. 원 감독은 "현빈이가 동동에게 선전포고를 하고 왔다. 시상대에서 '다음엔 꼭 너 이길 거야'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김현빈은 "동동과 친구가 됐다. 잘 하는 기술을 물어봤는데 내가 사용하는 기술들과 완전히 일치하더라. 나를 잘 넘기는 상대들의 스타일을 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했다. "동동이 자세가 낮아 내가 하는 앞으로 당기는 손기술은 안 통한다. 감독님 말씀이 맞다. 뒤로 던지는 발기술을 더 연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달은 그냥 오지 않는다. 남다른 하체를 지닌 김현빈은 스스로를 "시각팀 대표 헬스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3대 500?(벤치프레스, 스쿼트, 데드리프트 합산 중량)" 한마디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민 플레잉코치님, '농아인 국대' 정종욱 형과 팀에서 같이 '불가리안 백' 훈련을 죽을 듯이 한다. 우리는 고통을 즐기는 훈련 중독자들"이라며 웃었다. '불가리안 백'은 불가리아 올림픽 레슬링 국가대표 코치였던 이반 이바노프가 선수들의 컨디셔닝 훈련을 위해 개발한 운동 기구를 활용한 훈련법이다.


'2001년생 유도신성'김현빈"맛있는 MZ유도의 반란!"#에겐남#3대50…
사진제공=대한장애인유도협회
국제대회 2연속 동메달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김현빈은 내년 첫 출전할 아이치·나고야장애인아시안게임, 2028년 LA패럴림픽에서 더 높은 곳을 바라봤다."이번 대회 우승한 루마니아 선수가 국가를 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애국가를 울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시각장애 유도를 널리 알리는 선수, 평택시청을 빛내는 역사적인 선수, 지도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원 감독은 애제자 김현빈을 "맛있는 선수"라는 한마디로 표현했다. "'유도가 이렇게 재밌구나' 느끼게 해주는 선수. 눈으로 즐기는 음식처럼 맛있는 선수"라고 했다. 김현빈은 시각장애 유도를 알지 못하는 팬들에게 "생긴 건 평범하지만 볼수록 중독성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의 끝, 김현빈이 "제가 기사 제목 추천해드려도 돼요?"하더니 "'MZ 유도의 반란, 김현빈'이라고 써주세요"라며 웃었다. '에겐남' 승부사의 MZ다움이 유쾌했다.
인천공항=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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