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학교체육은 대한민국의 미래다. 건강한 사회 구성원을 담아내는 요람인 학교, 그 곳에서 학생들의 꿈과 미래를 키우기 위해 헌신하고 있는 모든 선생님들의 노력은 건강한 우리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다.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이 주최하고, 학교체육진흥회와 스포츠조선이 공동 주관한 '2025년 학교체육 대상'이 마무리됐다. 5개 부문에 총 110개교가 지원, 역대급 경쟁이 펼쳐진 올해 공모와 엄격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 각 부문 대상의 주인공들을 만났다. 학교체육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우리 선생님들의 놀랍고 특별한 얘기를 총 네 차례에 걸쳐 공유한다. <편집자주>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지도하는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양경 교사.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선생님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사명감 하나로 현장에서 헌신하는 교사들에게 제자들의 이 말은 최고의 찬사다.
울산 외솔중에는 '체육 선생님'을 꿈꾸는 학생들이 유독 많다. 청소년 체조, 달리기, 근대 5종, 베이스볼5 등 매 학기 달라지는 수업 내용, 또 학기 말마다 펼쳐지는 반 대항 리그전을 통해 체력 단련 뿐만 아니라 규율과 협동심을 배우고,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외솔중에서 체육 수업은 '평생의 추억과 꿈'을 만드는 소중한 시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런 시간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열정 넘치는 13년차 체육 교사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학년 체육 수업을 담당하고 있는 박양경 교사(37)는 남다른 안목과 순발력, 노력을 바탕으로 체육 수업을 외솔중 최고 인기 교과 시간으로 만들어 냈다. 물론 처음부터 체육 시간이 인기 과목이 된 건 아니다. 박양경 교사는 "올해 외솔중에 부임했을 때는 아이들이 많이 어색해 했던 게 사실"이라며 "수업을 하면서 다양한 것을 가르쳐 주려고 노력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이 잘 따라와주고, 좋아해주더라. 수업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니 생활 지도도 잘 따라왔다"고 말했다.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양경 지도교사.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양경 지도교사.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인터뷰하는 박양경 지도교사.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외솔중의 체육 수업은 '테마'가 있다. 청소년 체조는 직접 도안을 그리고, 랜덤플레이로 각 장면을 재현하며, 반 친구들끼리 아이디어를 모아 K-팝과 연계하는 학급별 발표회로 이어진다. 달리기도 그저 뛰기만 하는 게 아니다. 영화 '국가대표' OST를 듣고 시를 써보고, 자신의 달리는 모습을 감상한다. 설화 '토끼와 거북이'를 바탕으로 풍선, 다트를 활용하는 평가 시간을 갖는다. 이른바 '스포츠텔링'이다. 박 교사는 "체육 수업이 아이들에겐 항상 '노는 시간'이라고 여겨진다. 교사 임용 시절 공부했던 부분과 실제 아이들이 배우고 싶어 하는 게 많이 달랐다. 수업을 좀 더 재밌게 해주고 싶었다"며 "처음 시작할 때부터 완벽한 프로그램은 아니었다. 뭔가 떠오를 때마다 '꼬리 잡기'를 하는 느낌으로 살을 붙인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외솔중 체육 수업은 단순 반복이 아닌 진화를 거듭한다. 청소년 체조-달리기로 1학기를 마친 1학년 학생들은 2학기부터 근대 5종, 베이스볼5에 도전하고 있다. 박 교사는 "연수 과정에서 한 선생님이 근대5종 적용 방법을 보여주셨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해내시더라. 나는 내 방식대로 해보고자 했다. 승마는 사이클을 타는 식으로 응용하고, 수영은 스트레치 코트를 까는 등의 방식을 택했다. 펜싱은 대학 시절 교양수업으로 잠깐 배운 게 전부다. 동영상 등을 보고 공부를 했는데 아이들이 생각보다 더 재밌어 하더라. 조금씩 정리가 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또 "베이스볼5는 우연히 중학생 국가대표 관련 영상을 보게 됐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종목 마다의 규칙이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축구는 빵빵 차면 되는데, 야구는 왜 던지고 뛰어야 하는지 헷갈려 하더라(웃음). 캐치볼, 달리기 위주로 공놀이 같은 느낌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기 말 펼쳐지는 '반 대항 리그전'은 하이라이트다. 박 교사는 "반 대항 리그전을 할 때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스포츠 활동을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뿌듯하다"며 "학기를 마친 뒤엔 '체육교사가 꿈'이라고 적는 아이들이 꼭 나온다. 그것 만큼 기쁜 게 없다. 굉장히 고마운 마음"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체육이 단지 노는 시간이 아니라 뭔가 배워갈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체육은 규칙을 배우면서 요령을 알게 되고, 또 다른 부분을 더할 수도 있다"며 "아이들에게 학교에서의 체육이 항상 새롭고, 오래 기억됐으면 한다. 부모님들께도 다른 교과목처럼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1학년 학생 서정원.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포즈를 취하고 있는 1학년 학생 김이한.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울산 외솔중악교 1학년 학생들이 학교체육 수업을 했다. 지도하는 학생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양경 교사. 울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11.17/
박 선생님의 이런 노력은 학생들에게 '평생 추억'으로 아로새겨지고 있다. 서정원양(13)은 "K-팝과 연계한 청소년 체조는 친구들과 협동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달리기도 그냥 하면 재미 없었을텐데 이야기와 연결해서 재밌게 할 수 있었다"며 "우리 선생님은 잘 못하더라도 칭찬을 더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이한군(13)은 "선생님이 펜싱 스탭을 알려주실 때 멋있었다"며 "근대5종이나 베이스볼5는 처음 해본 종목인데 친구들과 경쟁하면서 승부욕도 높아지고, 협동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학생 지도와 관리, 평가 만으로도 바쁜 교사의 일상 속에서 매 순간 다르고, 새로운 것을 고민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박 교사는 쉼없이 '공부 삼매경'이다. 그는 "교과 연구회에서 '어텍볼'이라는 종목을 연구하고 있다. 배구형 스포츠인데 교육감배 정식 종목으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종목도 아이들이 많이 할 수 있도록 지도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학교체육 전문가들은 "요즘 초중고 현장에서 학교체육이 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선 박 교사 같은 탁월한 에너지를 갖춘 선생님이 버티고 있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한다.
박양경 교사가 열정과 땀, 노력으로 만들어낸 '스포츠텔링을 활용한 성장형 체육수업'은 '2025년 학교체육 대상'에서 교육부장관상인 '체육수업 분야, 중등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 사례는 교육부와 17개 시·도 교육청, 학교체육진흥회를 통해 체육수업 우수 사례로 전국 일선 학교에 소개된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