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스노우보드 국가대표 최가온.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1.6/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이현석 기자7세 때 스노보드를 처음 잡았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눈밭을 달리는 스노보더는 최가온(18·세화여고)에게는 '환상'이었다.
"내 눈에 가장 멋있어 보였다." '멋'으로 시작한 스노보드 속에서 재능을 찾았다. 각종 기록을 휩쓸며 '초신성'의 등장을 알렸다.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 우승은 예고편이었다. 2023년에는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인 엑스(X)게임에서 역대 최연소(14세 3개월) 우승을 달성했다. 미국 코퍼마운틴에서 열린 생애 첫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도 금메달을 따며 성인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자랑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최가온은 대한민국의 불모지로 꼽힌 설상 종목 최고 기대주다.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실력 검증은 끝났다. 2025년 12월 중국 장자커우 월드컵, 코퍼마운틴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2연속 우승으로 기량을 과시했다. 최가온은 "월드컵에서 원하는 대로 성과가 잘 나왔다. 자신감이 올라와서 올림픽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다. 대회가 코앞이라서 잘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경기들은 올림픽 수준의 긴장감을 갖고 소화 중이다. "지금 이 시합이 올림픽이라고 생각하고 뛰면 더 긴장된다. 최근 시합들은 그런 생각을 갖고 임했다"고 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스노우보드 국가대표 최가온.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1.6/
스노보드 없을 때는 '또래 학생'과 다르지 않다. 친구들과 함께 사진 찍고, 영화 보는 시간을 즐긴다. 유행인 두바이 쫀득쿠키를 매일 사 먹는다. 하지만 스노보드와 함께 눈밭에 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하프파이프 위에서 자신의 시도에 모든 정신을 쏟는다. 최가온은 "예전에는 기도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에 내 기술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젠 경기할 때 오로지 내 기술에만 집중한다"고 했다.
기술도 압도적이다.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공중에 떠올라 두 바퀴 반을 회전하는 '스위치 백나인'을 성공했다. 고난도의 기술을 부담 없이 소화하는 비결은 조기 교육이었다. 아버지의 추천을 받아 일찍이 연습을 시작했다. 최가온은 "당연하듯 어릴 때부터 연습해 와서 거부감이 없다"고 했다. 성장 배경에는 여러 도움도 있었다. 함께 해외 대회를 다니는 아버지는 든든한 지원자였다. "집에 있을 때는 장난 많은 평범한 아빠다. 스노보드를 타러 외국에 나가면 코치처럼 바뀌기도 한다"고 했다. 대한체육회 공식 후원사이기도 한 CJ그룹은 '한식 러버'인 최가온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해외 대회를 나갈 때면 CJ그룹의 떡볶이와 각종 한식이 최가온의 짐가방을 가득 채웠다. 최가온은 "항상 해외 나갈 때마다 챙겨나간다. 외국 친구들도 나눠주면 엄청 좋아한다"고 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둔 스노우보드 국가대표 최가온.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6.1.6/
상승세를 거듭하던 최가온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기량을 뽐내던 2024년 1월 큰 부상을 당했다.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월드컵, 결선 직전 연습 레이스에서 허리를 크게 다쳤다. 수술을 피할 수 없었다. 스노보드를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최가온은 "병원에서 엄마한테 보드를 그만 타겠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염증이 생겨 2차 수술도 했다. 보드를 다시 탈 수 있을지 생각했다"고 했다. 치료에 전념했던 시간, 최가온은 스노보드가 자신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체감했다. "보드 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삶이 우울해졌다. 보드를 못 타서 그렇다는 걸 깨달았고, 그다음부터는 하루하루 보드를 탈 수 있다는 사실로 재활 기간을 버텼다"고 했다.
힘든 시간 속에서 얻은 것도 적지 않았다.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졌다. 1등에 대한 집착 대신 '괜찮아'라는 말이 마음에 자리 잡았다. 최가온은 "그전에는 월드컵에 목숨을 걸 정도였다. 꼭 1등 하겠다는 마인드였다. 이제는 넘어져도 괜찮고, 꼴찌 해도 괜찮으니 조심히 잘 뛰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한다"고 했다.
AP연합뉴스
첫 올림픽의 순간을 앞뒀다. 성적보다 자신의 '런'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최가온은 "첫 올림픽이기에 성적보다, 다치지 않고 분위기를 잘 즐기고 오고 싶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내 '런'을 성공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고 본다. 내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고 했다. 처음 경험하는 이탈리아 무대지만, 적응도 문제없다. "웬만한 파이프는 적응을 잘한다. 눈이 오는 등 날씨 영향만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가온의 꿈도 올림픽을 통해 한 발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 단순히 1위보다, 스노보드하면 떠오르는 최고의 선수가 목표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잘 타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정말 멋있고 싶다. 꿈이 있는 선수, 이런 말보다 지금은 잘 타는 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스노보드 하면 '최가온 진짜 잘 탔었지' 이렇게 말이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