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중국이 25년 만에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패했다. 역사가 만들어졌고. 오래도록 지켜온 완벽한 기록이 깨졌다.'
월드테이블테니스(WTT) 공식 홈페이지가 대한민국 남자탁구가 세계선수권 무대에서 만리장성을 넘어선 대이변을 이렇게 묘사했다. '웸블리 OVO 아레나의 쇼킹한 장면, 한국이 중국의 25년 연승을 멈춰세웠다'는 타이틀을 달았다.
오상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탁구대표팀은 3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OVO아레나 웸블리에서 펼쳐진 2026년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탁구선수권 단체전 조별리그 2차전에서 '오상은 2세' '막내 에이스' 오준성(19·한국거래소, 세계30위)이 2점을 잡아내는 미친 활약에 힘입어 '세계 1위' 중국에 매치스코어 3대1로 승리했다.
'난공불락' 중국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25년 만의 쓰라린 첫 패배를 기록하는 대이변에 세계 탁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한국이 세계선수권 단체전에서 중국을 이긴 것 역시 36년 만이다.
중국 남자탁구는 2001년 이후 세계선수권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25년간 이 대회 남자 단체전에서 그 어떤 국가를 상대로도 단 한번도 패한 적이 없다.
WTT는 '린시동이 1단식에서 김장원을 가볍게 제압하며(12-10, 11-5, 11-2) 기선을 제압했을 때만 해도, 그 압도적인 기록은 계속되는 듯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패기만만한 오준성이 탁구대 앞에 서는 순간 기류가 바뀌었다. '런던까지 원정 온 중국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환호했지만, 낙관론은 곧 객석을 감도는 초조한 기운으로 바뀌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오준성이 리앙징쿤을 상대로 전기와도 같은 짜릿한 경기력(6-11, 11-4, 11-9, 11-9)을 선보이며 곧바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는 중국팀의 쉽지 않은 여정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고 했다.
중국 팬들의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됐다. '2019년 부다페스트 개인단식 동메달' 탁구천재 안재현이 엄청난 투지와 근성을 보여줬다. 저우치하오와 4세트, 20-18까지 가는 듀스 대접전을 이겨내며 3-1로 승리, 매치스코어 2-1. 역전극의 발판을 다졌다.
기적같은 승리를 확정 지으려면 한 번의 승리가 더 필요한 상황, 상대는 한때 세계랭킹 1위, 중국이 자랑하는 신흥 톱랭커 린시동이었다. 많은 중국 팬들은 마지막 5단식, 풀매치 대접전을 기대했지만 오준성이 그 기대를 보란듯이 날려버렸다. WTT는 "오준성이 '생애 최고의 탁구'를 구사하며 린시동을 3-1(11-9, 5-11, 12-10, 11-9)로 꺾고 다시 한번 모두를 놀라게 했다'고 적었다. '이 결과로 인해 중국은 역사적인 무패 행진에 종지부를 찍었고, 2연승을 달리고 있는 유럽 강호 스웨덴에게 '조 1위' 자리를 내줬다"고 덧붙였다.
출국 전 오준성과 안재현은 미디어데이 인터뷰에서 '만리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표했었다.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것을 목표"라고 당당하게 밝혔다. 오준성은 "중국을 상대할 때 예전엔 판젠동, 마롱, 쉬신 등 이름만 들어도 높은 벽이 느껴졌는데 아직은 경기를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왕추친, 린시동 선수가 정말 잘하긴 해도 예전 세대 선수들에 비해 위압감이 덜하다"고 했다. 안재현 역시 "판젠동 선수는 워낙 잘하는 선수이고 너무 어렵다, 왕추친, 린시동도 너무 잘하는 선수지만 한번씩 이겨본 선수다 보니 우리가 잘 준비하고 열심히 도전하면 넘길 수 있지 않을까"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만리장성 에이스들에 기술도 투지도 한치 밀리지 않았다. 오준성이 2점, 안재현이 1점을 잡아내며 3대1 승리와 함께 만리장성의 25년 '무패 역사'를 깨뜨렸다. WTT는 "런던 OVO 아레나 웸블리의 관중들은 토요일 밤, 대한민국이 디펜딩 챔피언 중국을 상대로 3대1의 역사적인 승리와 함께 '2026년 세계 탁구선수권 대회 파이널스'의 우승 판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는 장면을 지켜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썼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