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사위' 신치용-박철우, 감독과 선수로 V6

기사입력 2012-04-12 21:21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의 2011-12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4차전이 12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펼쳐졌다. 우승을 차지한 삼성화재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4.12/

"내 딸을 잘 부탁하네. 사위."

지난해 9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딸 신혜인씨의 손을 박철우(삼성화재)에게 넘겨주었다. '박 서방'은 절을 올렸다. 장인을 잘 따르겠다는 뜻이었다. 서로 포옹하며 정을 나누었다. 결혼을 하고 난 뒤 약속을 하나 했다. 집에서는 배구 얘기를 하지 않고, 훈련장과 경기장에서는 집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약속에 따라 체육관에서는 철저하게 '장인'이 아닌 '감독'이었다. 박철우 역시 '사위'가 아닌 '선수'였다. 여름 내 신 감독은 박철우를 혹독하게 다루었다. 연봉도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삭감했다. 그만큼 박철우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데려온 지난 시즌에는 박철우가 극도로 부진했다. 이번 시즌에는 딸과 결혼까지 한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의 부진을 씻어주어야 서로 얼굴을 들고 웃을 수 있다.

두가지를 손봐야 했다. 첫번째가 수비력이었다. 공격력은 국내 최정상급이었다. 반면 라이트 공격수로만 서왔던 터라 수비가 약했다. 삼성화재에서 있으려면 수비가 강해야 했다. 학생 시절처럼 리시브 훈련을 했다.

두번째는 정신력이었다. '착한 사위'인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착한 선수'는 싫었다. 신 감독의 눈에 비친 박철우는 근성이 부족했다. 배구에 온전히 미치지 못했다. 신 감독은 박철우에게 언제나 "집중력을 가지고 배구에 미쳐라"고 강조했다.

박철우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배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수비가 조금씩 안정감을 찾았다. 공격력도 회복했다. 지난 시즌 경기당 12.28점에서 올 시즌 경기당 13.37점으로 득점력을 끌어올렸다. 공격성공률도 50.79%에서 53.49%로 상승했다. 박철우의 모습에 신 감독도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일이 많아졌다. 심심치않게 공식 석상에서 '사위 자랑'하는 일도 많아졌다. 장인과 사위의 합심단결에 삼성화재는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장인과 사위는 다시 감독과 선수로 의기투합했다. 대한항공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정규리그에서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에 2승 4패로 열세였다. 통합우승을 거두기 위해서는 서로가 필요했다.

신 감독은 박철우에게 "에이스임을 잊지 말고 자신감 있게 경기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을 얻은 박철우는 1차전에서 공격성공률 66.67%의 순도높은 공격력으로 11점을 올렸다. 2차전에서는 14득점에 디그를 무려 9개나 성공시키며 공수에 힘을 보탰다. 박철우의 활약에 삼성화재는 2연승을 거두었다.

3차전을 내준 삼성화재는 12일 인천도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4차전에서 꼭 승리해야만 했다. 4차전까지 내준다면 승부의 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알 수 없었다. 신 감독은 박철우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가빈이 주로 공격을 펼쳤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박철우에게 공을 올리게 했다. 박철우는 신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53.8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10점을 올렸다. 박철우의 맹활약으로 삼성화재는 대한항공을 3대0(25-22, 25-21, 25-17)으로 눌렀다. 경기가 끝나고 신 감독과 박철우는 서로 부둥켜안았다. 감독과 선수, 그리고 장인과 사위의 뜨거운 포옹이었다. 삼성화재의 V-리그 통산 6번째이자 5시즌 연속 우승에 성공한 순간이기도 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