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이대로라면 배구하기 싫다" 현역 은퇴 염두

기사입력 2012-10-11 16:52



"이대로라면 배구하기 싫다."

김연경(24)이 국제배구연맹(FIVB)의 명쾌하지 않은 법리해석에 현역 은퇴도 불사할 수 있다는 완강함을 드러냈다.

FIVB는 11일(한국시각) 4개월 째 갈등을 빚고 있던 '김연경 사태'를 종식시킬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지난달 7일 김연경과 흥국생명이 작성한 타협안을 근거로 합의하라고 대한배구협회에 통보한 것이 골자다. FIVB는 선수 권익 보호와 로컬룰 존중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놓고 고민한 듯하다. 그런데 김연경-흥국생명간 맺은 합의서가 돌발 변수가 됐다. FIVB는 합의서가 존재한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했다. 양측의 중재안을 이끌어낸 대한배구협회의 타협안을 토대로 풀어가는 것이 원만한 해결책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FIVB의 결정대로라면, 김연경은 임대선수 신분으로 2년간 해외에서 뛰다 국내로 복귀해 두 시즌을 뛰어 자유계약(FA) 선수에 필요한 조건을 채울 수밖에 없는 처지다. 특히 합의서를 근거로 해야하기 때문에 김연경-페네르바체간 새 계약서 작성이 불가피하다. 김연경이 합의서를 통해 흥국생명을 원 소속팀으로 인정했기에 페네르바체는 흥국생명과 새로 임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 주체가 바뀌었다고 해서 페네르바체가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낮다. 페네르바체가 김연경을 강력하게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핵심 자원이다.

김연경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합의서는 FIVB 해석이 나오기 전까지 외부로 유출되지 않기로 3자(김연경, 흥국생명, 대한배구협회)간 약속되어 있었던 부분이었다. 합의서 존재 여부는 이미 국내 언론에 밝혀졌다. 그러나 합의서 유출 방지를 약속한 것은 FIVB 판단근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계약서도 한 부밖에 작성하지 않았다. 당연히 영문본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한배구협회는 양측의 마지막 입장을 FIVB에 전달할 때 합의서 영문본을 첨부했다. 당시 합의서 당사자인 김연경의 동의 절차는 무시됐다. 김연경은 합의서가 FIVB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합의서는 분쟁이 해결되지 않아 작성한 것이었다. 합의서의 내용은 분명 FIVB의 결정 이후 적용돼야 함이 맞다. 그러나 이번 FIVB의 결정에는 합의서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분쟁은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황당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FIVB는 김연경이 질의한 두 가지 부분에 대한 답을 주지 않았다. 페네르바체와 김연경의 계약이 유효한가 김연경이 국제무대에서 FA자격인가에 대한 내용이다. 김연경은 다시 한 번 이 부분에 대해 대한배구협회에서 FIVB에 질의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연경은 "신분 규정에 대한 답이 없다. 이대로라면 배구를 하고 싶지 않다. FIVB에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현역 은퇴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13일부터 막이 오를 2013년 클럽월드컵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카타르 도하로 이동한 김연경은 일정을 변경, 한국으로 입국해 조만간 기자회견으로 억울함을 호소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결국 씻을 수 없는 분쟁의 상처만 남은 쪽은 선수였다.

FIVB로부터 김연경의 원 소속팀임을 인정받은 흥국생명은 김연경의 해외진출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흥국생명은 '한국 프로여자배구의 근간이 유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린 FIVB의 결론을 환영한다'고 했다. 이어 '김연경이 해외 구단에서 뛰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지원과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었다. 또 '지난 4개월간 구단은 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입었다. 근거없는 악의적 비방에 시달리며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구단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이 또한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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