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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부른다는 붉은 넥타이를 또 매고 나왔다. 중요한 경기마다 고수하는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55)의 붉은 넥타이 징크스는 또 다시 행운을 가져다줬다.
지난 시즌 챔프전 준우승의 아픔을 딛고 한 시즌 만에 여자 배구 코트를 평정한 기업은행의 우승 원동력은 무엇일까.
'왕의 귀환' 김사니의 복귀와 희생
김사니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아제르바이잔 무대를 떠나 국내로 유턴을 택했다. 벌써 프로 15년차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서른 넷이 됐다. '노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기량은 '명불허전'이었다. 김사니가 한국 여자 배구에서 최고의 세터로 인정받는 이유는 무결점 선수이기 때문이다. 우선, 화려한 토스워크가 돋보인다. 예전보다 발은 느려졌지만, 정확성으로 커버하고 있다. 공격수의 점프력을 감안한 명품 백토스는 백미로 통한다. 또 강한 승부욕도 빼놓을 수 없다. 상대 스파이크를 끝까지 쫓아가 걷어올리는 집념을 코트에서 발휘한다. 이런 투지가 나머지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는다. 응집력을 높이는데 제대로 한 몫한다. 무엇보다 팀 내 최고참이지만, 코트 밖에선 솔선수범으로 젊은 선수들의 모범이 된다. 몸 관리와 마인트 컨트롤의 귀재다. 김사니는 챔프전 MVP를 차지했다. 세터가 챔프전 MVP에 오른 것은 최초다.
매시즌 강해지고 있는 '원투펀치' 김희진-박정아
기업은행에는 국내 최고 공격 삼각편대가 버티고 있다. 이 중 창단 멤버인 김희진(24)과 박정아(21)는 기업은행 화력의 중심이었다. 둘은 팀 공격의 30% 이상을 책임졌다. 김희진은 센터로 뛰면서도 17.6%(2555점 중 450점)에 해당하는 팀 공격을 성공시켰다. 박정아는 15.3%(391득점)를 책임졌다. 김희진은 라이트형 센터로 성장 중이다. 올 시즌 속공 부문 3위(46.03%)를 포함해 네 시즌 동안 3위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2011~2012시즌 2위, 2012~2013시즌 1위, 2013~2014시즌 2위를 기록했다. 김희진의 강점은 높이다. 이번 시즌 블로킹 부문에서도 2위에 올랐다. 좋은 체공력을 바탕으로 상대 공격의 길을 잘 파악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2012년 신인왕 출신인 박정아는 국내 지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는 몇 안되는 유망주다. 1m85의 장신인데다 유연성도 좋다. 특히 모든 포지션을 포화할 수 있는 전천후 선수다. 리베로 못지 않은 수비력도 갖추고 있다. 배구밖에 모르는 '순정녀'이고, '훈련 벌레'이기도 하다. 프로 무대에서 4년을 뛰다보니 자연스럽게 성격도 개조됐다. 내성적이던 성격이 밝아졌다. 기분에 따라 기복이 있던 경기력은 없어졌다. 이들은 매시즌 강해지고 있다. 나이가 아직 20대 초중반이다. 감독의 주문을 스폰지처럼 흡수하는 나이다. 기업은행이 4시즌 동안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수비 달인'의 달인이 된 채선아-남지연
채선아는 주전 레프트가 된 지 두 시즌밖에 안됐다. 창단 데뷔 시즌에는 좀처럼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후에도 베테랑 레프트 윤혜숙에 밀렸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수비형 레프트로 이름을 날렸다. 2년간 음지에서 꽃피우지 못한 설움을 한 방에 풀었다. 2013~2014시즌 리시브 1위에 랭크됐다. 올 시즌 어깨는 더 무거웠다. 함께 서브 리시브를 전담하던 신연경이 흥국생명으로 떠나면서 홀로 서브 리시브를 책임져야 했다. 강한 책임감은 채선아를 성장시켰다. 이번 시즌에도 리시브 부문 가장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 서브를 많이 받아야 하고, 정확히 세터에게 전달해야 하는 조건이 맞물려야 1위를 할 수 있게 된다.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한 채선아다. '수비의 달인'이 한 명 더 있다. '월드 리베로' 남지연이다. 남지연은 이미 여자 배구에선 최고의 리베로로 정평이 나 있다. 2012년 둥지를 옮긴 기업은행에선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들도 남지연 앞에서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아 눈물을 많이 흘렸다는 후문이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