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비운과 천재. 모순된 두 단어를 동시에 안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천부적 재능을 지니고도 꽃을 피우지 못한, 그야말로 비운의 천재들이다. 축구계에도 '비운의 천재'로 불린 사람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병수 서울 이랜드FC 감독이다.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한 김 감독은 결국 성인 무대에서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한 채 1997년 일본 오이타 트리니타를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는 지도자로 축구와의 연을 이어갔다. 은퇴 후 모교인 고려대 코치를 시작으로 포항 2군 코치, 영남대 감독 등을 역임하며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았다. 특히 김 감독은 2008년 영남대 부임 뒤 2013년 대학 리그 왕중왕전, 2016년 추계연맹전, 전국체육대회 등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다.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 감독은 K리그 챌린지 서울 이랜드FC의 제3대 사령탑에 오르며 프로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김 감독과 닮은꼴 인생을 산 또 한 명의 '비운의 천재'가 있다. 바로 김종부 경남FC 감독이다. 그는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FIFA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강 주역이자 1986년 멕시코월드컵 불가리아전에서 골을 넣으며 한국에 첫 승점(1대1)을 안긴 스타였다. 하지만 그 역시 일찍 피운 재능에 발목을 잡혔다. 고려대 시절 스카우트 파동을 겪은 김 감독은 1987년 한-일 프로 친선전에서의 소속 논란으로 1년간 그라운드를 떠나 있어야 했다. 성인 무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남기지 못한 김 감독은 1995년 대구 로얄즈를 끝으로 축구화를 벗었다.
이제는 지도자로 축구인생 2막에 도전하고 있는 '비운의 천재' 김병수, 김종부 감독. 닮은꼴 두 지도자의 프로 무대 첫 맞대결이 12일 잠실주경기장에서 펼쳐진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