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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장충체육관. 우리카드와의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경기를 마친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만면에 미소를 띤 최 감독은 "점점 경기력이 좋아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 함박 웃음의 중심에 세터 노재욱이 있었다. 경기 전에 내린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았지만 결국 최 감독을 웃게 만든 장본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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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감독은 당초 안드레아스의 공격 점유율을 높일 생각이었다. "안드레아스가 리시브 스트레스로 공격을 제대로 못했다. 세터들이 공을 제대로 줄 수도 없었다. 우리카드전부터는 점유율을 높여줄 계획이다." 최 감독의 우리카드전 구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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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욱은 우리카드전 전까지 부진을 거듭했다. 최 감독은 지난달 26일 한국전력에 0대3으로 완패를 당한 뒤 "(노재욱에게)슬럼프가 온 건 아닌가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특단의 대책을 세웠다. 최 감독은 경기 전 "지난 시즌까지 잘 되던 (노재욱의)패턴들이 먹히지 않아 본인이 혼동을 느끼고 있다"며 "지금까지 노재욱의 강점을 키우기 보단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해왔는데 오히려 그게 좋지 않았던 것 같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도록 둘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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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슬럼프 탈출의 열쇠를 선수 본인에게 준 셈이다. 최 감독의 의도를 파악한 노재욱은 안드레아스 공격 점유율에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게 공을 쏘아 올렸다. 그 결과 안드레아스도 살고, 송준호도 살았다. 신영석도 펄펄 날았다. 제일 중요한 건 노재욱 본인이 살아났다는 점. 최 감독은 "노재욱이 살아나니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아졌다"고 했다.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기 위해 감독의 지시는 잠시 잊었다. '완벽주의자' 최 감독은 그런 노재욱을 보며 껄껄 웃었다. 단지 승리해서가 아니다. 노재욱이 스스로 '껍질'을 깼기 때문이다.
한편, 같은 날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대0(25-22, 25-21, 25-16)으로 제압했다. 엘리자베스가 23득점으로 승리를 견인했고, 황민경 양효진이 각각 12득점씩 올리며 힘을 보탰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19일)
▶남자부
현대캐피탈(5승4패) 3-1 우리카드(4승6패)
▶여자부
현대건설(6승2패) 3-0 흥국생명(2승7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