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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대회 취소→재개' 한밤의 대소동. 망신당한 KOVO. 무엇이 문제였나

기사입력 2025-09-15 05:45


[여수=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대회 개막 하루전 갑작스런 세계배구연맹(FIVB)의 대회 개최 중단 권고로 인해 한국배구연맹(KOVO)이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그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치러졌던 대회였고, 이번 대회 역시 예전과 다름없이 준비를 했던 터라 KOVO측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세계선수권 대회 중에 정규 대회가 열리면 안된다는 FIVB와 정규리그와는 상관 없는 이벤트성 대회라는 KOVO측의 입장 차가 만든 어처구니 없는 사태였다.

대회 전날인 12일 밤 FIVB가 2025 여수·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의 남자부 대회의 개최 중단을 권고하는 이메일을 KOVO에 보냈다. 대회를 중단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팬들, 개최지, 스폰서, 선수들과의 모든 약속을 백지화 하는 일이기 때문.

KOVO는 즉각 FIVB에 개최 승인을 요청했고, 아시아배구연맹을 통해서도 개최 요청을 했다. 그리고 혹시나 정규리그 때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가 이적동의서를 받지 못할 것을 대비, 자체적으로 외국인 선수, 아시아쿼터 선수는 뛰지 않기로 결정을 했다.

그리고 13일 개막전인 현대캐피탈-OK저축은행전을 국내선수로만 치렀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FIVB의 답변이 없자 KOVO와 구단들은 회의를 거쳐 두번째 경기인 삼성화재-KB손해보험전은 일단 다음날로 연기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13일 자정까지 답변을 받지 못할 경우 남자부 대회는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자정까지 답변이 오지 않자 취소 결정을 내리고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니 반전이 일어났다. 그날 새벽에 FIVB에서 조건부 승인 답변이 온 것.

이미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FIVB에서 조건부 승인을 한 이상 다시 재개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FIVB가 밝힌 조건은 ①KOVO컵은 정규리그와 관련해 그 어떠한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 ②KOVO컵을 위해 국제이적동의서는 발급되지 않는다 ③외국 클럽팀이나 외국인 선수는 참가할 수 없다 ④2025 FIVB 남자부 세계선수권대회에 등록된 선수들은 KOVO컵 대회에 포함돼서는 안된다 등 총 4가지였다.

KOVO가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었기에 이번 대회를 위해 참가한 태국팀 나콘랏차시마VC에 양해를 구해 다시 일정표를 짜고 컵대회 취소 발표 9시간 만에 재개를 다시 발표했다.


관중 등 팬들의 혼란은 불가피 했다.

KOVO는 남자부 잔여경기를 모두 무료관람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예매자의 경우는 무료로 자신이 예매한 좌석에서 관람할 수 있고, 남은 좌석은 선착순으로 관람할 수 있다.

코보컵의 성격이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 차가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불러왔다. 이 대회는 정규리그를 앞두고 펼쳐지는 시범경기의 성격이 크다. 선수들이 정규리그를 앞두고 훈련해 왔던 기량을 점검하고 남은 기간 동안 다듬어야 할 부분을 찾는 과정. 팬들 앞에서 실전을 치르면서 정규리그를 준비하는 대회다. 외국인 선수나 국가대표가 뛰지 못할 땐 그동안 뛰지 못했던 비 주전급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서 가능성을 시험하는 자리가 됐다. 또 배구가 열리지 않는 곳을 찾아가 배구를 알리는 역할도 했다.

컵대회라 우승팀을 가리긴 하지만 우승에 의미를 두지 않는 V-리그를 앞둔 기량 점검과 배구 알리기의 목적이 큰 이벤트성 대회라고 보는게 맞다.

태국에서 SV리그 월드 투어라는 이벤트성 대회가 13,14일에 태국 방콕에서 열렸다. 일본 2팀과 태국 2팀이 출전해서 열린 대회인데 문제 없이 치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컵대회 개회를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절차가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한번 대회 하루전 취소 권고를 받는 망신을 당하면 안되기에 이번 기회에 FIVB측에 코보컵의 성격을 확실히 알리고 잡음 없이 치를 수 있도록 소통을 깅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수=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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