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쿠바 괴물' 실바를 앞세운 GS칼텍스의 태풍은 계속된다. GS칼텍스의 앞에는 이제 정규리그 1위 도로공사만 남았다.
GS칼텍스는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진에어 2025~2026시즌 V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현대건설에 세트스코어 3대0(25-23, 25-23, 25-19) 셧아웃 완승을 거뒀다.
앞서 1차전(세트스코어 3대1 승)에 이어 플레이오프 2연승으로 도로공사와 맞붙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흥국생명과의 준플레이오프(단판), 현대건설과의 플레이오프 1~2차전을 모두 휩쓸며 3연승, 주포 지젤 실바의 체력 부담 최소화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는 징크스는 20시즌 연속 확률 100%로 이어지게 됐다. 반면 현대건설의 리빙 레전드 양효진의 봄배구 '라스트 댄스'는 2경기만에 허무하게 끝났다.
사진제공=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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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온몸을 던지는 양팀의 끈질긴 수비가 인상적인 경기였다.
GS칼텍스는 실바가 32득점(서브에이스 4개)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날잡은 권민지가 13득점을 올리며 뒷받침했다. '캡틴' 유서연(8득점)의 공수에 걸친 감초 활약도 빛났다.
현대건설 역시 양효진을 중심으로 '블로킹 1위'다운 높이와 강호다운 수비조직력은 여전했다. 상대가 조금만 흔들리면 여지없이 파고드는 약점 공략도 인상적이었다. 1~2세트 모두 20점 이후 세트 막판까지 혈투를 펼쳤다.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된 양효진(13득점)과 베테랑 김희진(8득점)이 분투했지만, 카리(12득점)와 자스티스(10득점)를 합쳐도 실바 한명의 존재감에 턱없이 부족했다.
도로공사는 모마-강소휘-타나차의 강력한 삼각편대를 지닌 팀이다. 하지만 V리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 중 한명으로 꼽히는 실바, 한국 생활 3시즌만에 마침내 봄배구 맛을 본 실바의 무게감은 도로공사에게도 버겁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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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의 차이가 너무나 극명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의 노련미도, 온몸을 던진 투혼과 빈틈없는 조직력도, 국내 최고 세터의 절묘한 토스워크도 소용없었다. 고비 때마다 실바가 네트 한쪽을 어김없이 꿰뚫으며 포효했다. 강스파이크 뿐 아니라 절묘한 페인트와 영리한 쳐내기까지 선보이며 상대 수비진을 유린했다. 여기에 야심차게 선발출전한 권민지가 잇따라 왼쪽 블로킹을 뚫어내며 현대건설을 더욱 괴롭게 했다.
경기전 만난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평정심,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를 치르는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초반 분위기 싸움에 초점을 맞춰 권민지-안혜진으로 먼저 승부를 걸겠다. 선수단 전체가 미쳐야 이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효진에게 줄 건 주고, 잡을 수 있는 건 잡는데 집중하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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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로선 이날 지면 시즌 종료, 레전드 양효진의 라스트 댄스도 끝이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원래 서울 원정을 올 때는 숙소에서 출발하는데, 오랜만에 서울 호텔에서 잤다. 분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지난 1차전 양효진의 부진에 대해서는 "5년째 함께 하는데 정말 보기드문 경기였다"면서 "그래도 효진이가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1세트 초반부터 카리와 실바의 존재감 차이가 컸다. 낮은 볼도 거침없이 때리며 필요할 때 해주는 실바와 해결해주지 못하는 카리의 차이는 현대건설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GS칼텍스는 16-13으로 앞서다 양효진에게 흐름을 끊기며 17-18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실바의 한방, 권민지의 날카로운 공격, 그리고 현대건설 자스티스의 공격을 실바가 단독으로 가로막으면서 차이를 벌렸다. 24-23에서 마지막은 결국 실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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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 역시 실바의 폭격은 '언터쳐블'이었다. 이날 실바는 서브마저 예리해 현대건설의 리시브 라인을 뒤흔들었다. 고비 때마다 강성형 감독의 비디오판독이 백발백중이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21-17로 앞서던 GS칼텍스는 범실과 카리의 연속 득점으로 21-20 추격을 허용했지만, 여기서 실바의 후위공격이 내리꽂혔다. 김희진이 잇따라 블로킹을 잡아내며 포효했지만, 카리의 세트범실, 서브범실이 이어지며 결국 2세트마저 GS칼텍스의 차지였다.
결국 현대건설 벤치는 3세트 들어 카리를 빼고 나현수를 아포짓으로 출전시켰다. 아무래도 역부족인 상황이 이어지자 7-4 GS칼텍스 리드 상황에서 카리가 재투입됐지만, 흐름을 바꾸진 못했다.
GS칼텍스는 유서연의 날카로운 서브를 앞세워 연속 득점, 15-10, 22-15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기세가 오른 권민지는 카리의 공격을 잇따라 가로막는가 하면, 공격을 성공시킨 뒤 객석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내는 쇼맨십까지 선보이며 상대의 전의를 꺾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