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무대는 냉정하다. '정'보다는 '돈'의 논리가 앞서는 곳이다. 1원이라도 더 투자하는 팀이 좋은 선수를 얻는다. 국가대표 출신 센터 이선규(35)가 프로 논리에 따라 움직였다. 자유계약(FA) 자격을 취득한 이선규는 19일 삼성화재에서 KB손해보험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활약한 이선규의 자존심을 최대한 세워주기 위해 노력했다. 센터 자원 중 '국보급 센터' 신영석(현대캐피탈·4억20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봉(3억1000만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선규가 원하던 금액과는 약간의 격차가 있었다. 이선규는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길 원했다. 이선규의 마음을 잡은건 KB손보였다. 이선규는 원하던 연봉(3억5000만원)을 받게 됐다.
그런데 깜짝 놀랄 만한 얘기가 있다. 2005년 프로 태동 이후 10년간 FA로 둥지를 옮긴 선수는 이선규를 포함해 네 명에 불과하다. 2010~2011시즌 현대캐피탈에서 삼성화재로 둥지를 옮긴 박철우를 비롯해 2013~2014시즌 리베로 이강주와 여오현이 각각 우리카드에서 삼성화재로, 삼성화재에서 현대캐피탈로 말을 갈아탔을 뿐이다.
프로배구에서 선수 이동이 활발하지 못한 이유는 규정 모순과 강제적 억제 때문이다. 프로배구에서 한 팀이 FA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선 많은 피를 흘려야 한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명시한 FA 보상규정에 따르면 FA선수를 영입한 구단은 해당 선수의 직전 연봉 200%와 보상선수 1명을 FA 원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만약 선수를 원하지 않으면 연봉 300%를 받을 수 있다. 각 구단들은 영입할 FA 선수까지 포함된 보상 선수(5명) 문제 때문에 대어급이 아니면 FA 영입을 꺼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젠 억제 정책에서도 탈피해야 한다. 먼저 18명으로 묶여있는 선수 정원이다. 선수 이적이 활발해지기 위해선 대상자가 많아야 한다. 그러나 한 팀에 18명밖에 없기 때문에 수요와 소비의 기회가 한정되기 마련이다. 슬림화가 요구되는 세상이지만 프로배구는 좀 더 뚱뚱해져도 된다. 선수 정원을 늘리든지, 아예 없애는 과감한 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구단 샐러리캡(연봉총액 상한선)도 방해요소다. 프로배구에는 전력 평준화라는 명목으로 샐러리캡 제도가 적용돼 있다. 남자부를 예로 들어보자. 프로 원년 10억3500만원에서 2015~2016시즌 23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최소 소진률은 70%다. 그러나 프로의 논리와는 동떨어진 개념이다. 자유시장 안에서 투자에 따라 결과물, 즉 성적의 차이가 발생돼야 하지만 이 논리가 샐러리캡으로 인해 철저하게 억제돼 있다. 꼭 자유 시장 체제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경쟁으로 거품이 낄 수 있고, 전력 양극화도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배구가 좀 더 '프로'다워 지기 위해선 자유 시장 체제로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선수들의 연봉은 그 종목의 시장 크기를 평가할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이면에는 프로배구의 미래까지 재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그야말로 연봉 '잭팟'을 터뜨리는 선수가 나와야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이 배구로 눈을 돌릴 수 있다. 배구 명문 경남여고 배구부가 해체된다는 소문이 들린다. 배구 선수를 시키려는 학부모들도 줄어들고 있다. FA 뿐만 아니라 족쇄처럼 발목을 잡는 규정 완화가 절실하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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