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우려를 말끔히 씻는 투구였다. 앤디 밴헤켄(37)이 넥센 히어로즈에 어떤 의미인지 다시 증명했다.
지난 여름의 일이다. 넥센이 밴헤켄을 다시 영입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여론은 반반이었다. 지난 4년간 KBO리그에서 활약한 밴헤켄은 갈 수록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넥센의 1선발로 자리매김 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또 달랐다. 야심차게 일본 진출을 선언하고 세이부 라이온즈에 입단했지만, 결과는 정반대. 1군에서 부진해 2군에서 시간을 보내다 방출됐기 때문에 주가가 높지 않았다. 나이도 고려해야 했다. 1979년생인 밴헤켄은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야구 선수로 황금기를 지난 나이, 노쇠한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 밴헤켄이 다시 돌아왔을 때, 넥센 구단 관계자들은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진출 당시 눈물의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밴헤켄은 흔들리지 않고 2경기에서 호투를 펼쳤다. 또 전력 누수라는 어려움을 딛고 포스트시즌 진출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밴헤켄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도 포함됐다. 올 시즌 신재영 박주현 등 가능성 있는 투수들을 발굴해냈지만, 단기전에서는 무게감이 또 다르다. 그 가려운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선수이기도 했다.
누구보다 복귀를 기뻐했던 사람은 밴헤켄 자신이다. 늘 무덤덤한 포커페이스. "한 번 웃어달라"고 해야 활짝 웃을 정도로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지만, 한국으로 돌아온 후 밴헤켄은 많이 웃었다. 또 거침 없이 5연승을 달리는 등 건재를 증명했다. 구속이 조금 떨어졌지만 노련미는 여전했다. 일본에서의 부진을 걱정하던 모든 사람들의 우려를 잠재웠다.
밴헤켄은 "유한준 박병호 강정호 등이 빠지면서 넥센이 약해졌다고 하는데, 결코 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좋은 어린 선수들이 정말 많이 늘었다"며 중심 선수로서의 역할도 너끈히 해냈다.
14일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보여준 투구도 같은 의미가 있다. 넥센은 1차전에서 0대7로 완패하며 분위기가 떨어져있었다.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 만약 2차전 선발 투수인 밴헤켄이 무너진다면, 제대로 기 한 번 펴지 못하고 시리즈 전체를 내줄 수도 있는 위기였다. 또 밴헤켄이 시즌 막판 투구 내용이 썩 좋지 않았던 것도 불안 요소였다.
그러나 '에이스'다웠다. 7⅔이닝 1실점 승리 투수.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처럼 다른 사람들의 우려를 깨끗히 날렸다. 넥센은 밴헤켄의 호투를 앞세워 1승1패, 시리즈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밴헤켄이 왜 필요한지 다시 증명한 경기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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