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어느샌가 국내 마운드를 외국인 선수들에게 내주고 말았다. 이젠 외국인 투수가 에이스라고 스스럼없이 불린다. 다승, 평균자책점 등 선발 투수들의 성적표에 외국인 투수들이 수두룩해 국내 투수를 찾기 힘들 정도다.
예전엔 아무리 외국인 투수가 잘 던져도 국내 에이스의 벽을 넘기 힘들었지만 이젠 국내 투수들이 외국인 에이스의 벽을 넘기 힘들어졌다.
다승왕 자리는 벌써 3년째 외국인 투수에게 내줬다. 지난 2013년 배영수가 삼성시절 SK 세든과 함께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에 오른 이후 국내 투수가 다승왕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엔 넥센 밴헤켄이 7년만에 20승을 거두면서 다승 1위가 됐고, 2015년엔 NC의 해커가 19승으로 가장 많은 승리를 챙겼다. 지난해엔 두산의 니퍼트가 22승을 거두며 다승왕은 물론, MVP까지 차지했다.
평균자책점도 2012년 넥센의 나이트가 1위를 한 이후 찰리(NC·2013년), 밴덴헐크(삼성·2014년)가 연이어 수상했고, 2015년에 KIA의 양현종이 1위를 차지해 국내 투수의 자존심을 세웠지만 지난해엔 두산 니퍼트가 1위에 오르며 다시 외국인 투수에게 넘겼다.
올해도 이러한 외국인 투수 의존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타이틀을 노려볼만한 투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갈수록 국내 에이스가 사라지고 이들을 대신할 뉴 페이스가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대 에이스였던 SK 김광현은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아 올시즌에 뛰지 못한다. 강력한 타선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두산의 장원준이나 유희관이 나설만하지만 니퍼트와 보우덴이 워낙 강력하다.
KIA의 양현종이 그나마 외국인과 붙어볼 에이스로 볼 수 있을 듯. 양현종은 지난해 200⅓이닝을 던져 국내 투수로는 2007년 류현진 이후 9년만에 200이닝을 돌파하면서 국내 에이스의 위용을 뽐냈다. 승운이 따르지 않아 10승(12패)에 그쳤지만 올시즌은 최형우와 김선빈 안치홍 등이 가세해 더욱 강력해진 타선의 지원을 받는다면 승리 추가가 쉬워질 수도 있다. 새롭게 LG의 왼손 에이스로 영입된 차우찬도 지난해 후반기와 같은 구위에 넓은 잠실구장의 덕을 본다면 기대를 해볼 수도 있을 듯.
올시즌 KBO리그의 한국 투수로 자존심을 세워줄 영웅이 탄생할까. 한국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도 모두가 바라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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