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최대 수혜자로는 현우를 꼽을 수 있다. 강태양 역을 맡아 한번에 이름을 알렸기 때문이다.
현우는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비운의 7포 세대 취준생으로서의 현실감 있는 애환을 그려내는 한편 민효원 역을 맡은 이세영과의 달달한 로맨스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는 돌직구녀 민효원의 진심에 마음을 열고 철벽남에서 순수 사랑꾼으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아츄커플'이라는 애칭을 얻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2008년 영화 '쌍화점'으로 데뷔, '태희 혜교 지현이'(2009) '파스타'(2010) '뿌리깊은 나무'(2011) '청담동 살아요'(2011), '갑동이'(2014), '송곳'(2015), '대박'(2016)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쌓은 내공이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정말 많이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작품할 때마다 뭔가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이번에는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데 비중을 많이 뒀다. 항상 계속 배워야 하더라.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캐릭터가 아니라 시켜줘야 할 수 있는 입장이니까 더 배우고 잘하다 보면 하고싶은 캐릭터를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임한다. 좀더 내가 가고싶은 길에 가까워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씩 성장하고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주인공도 해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하니까 조금씩 더 연습해나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지만 힘든 순간은 있었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 다른 선배님들 연기를 보면 '아직 나는 저렇게까지 못할 것 같은데'하는 생각을 한다. 그런 걸 볼 때마다 대본 보기가 너무 싫다. 너무 힘들다. 물론 그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한거고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연기가 있을텐데 다른 작품 볼 때마다 놀랍다. 고민 안해도 될 걸 고민하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다. 항상 볼 때마다 그 생각을 한다. 내가 이걸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촬영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차인표 선배님 연기를 봤을 때도 기존 캐릭터와 달리 배삼도라는 역을 하시면서 거의 놓으셨다. 젠틀한 상남자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이렇게까지 변화를 주실 수 있구나 싶어서 감동받았다. 사실 나라도 쌓아올린 캐릭터를 벗어나는 게 사실 쉽진 않을 거다. 멋진 남자의 상징에서 갑자기 아저씨로 변하시는 모습에 감동이었다"고.
어쨌든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현우는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귀여운 동안 외모까지 갖춘 덕에 '멍뭉남'이라는 별명이 생기기도 했다. '멍뭉남' 얘기에 그는 "예전에 '청담동 살아요' 때는 머리가 길었다. 그때도 개 사진과 합성해서 보여줬다. '멍뭉남'이라니 엄청 부끄럽다"며 난감해했다. 그래도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분명 현우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사실 시청률 40%에 대한 기대는 있었다. 40%를 넘었으면 엄청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쉽긴 하다. 정말 성장할 수 있는 또다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연기도 그렇고 많이 배웠다. 더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마음의 불안감도 많이 없어지고 편해졌다. 이렇게 지극히 챙겨주시는 선배님들을 본 적이 없었다."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만큼 현우에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다.
"안 나오면 잊혀진다. 그게 너무 싫다. 나는 정말 작품을 많이 한다. 드라마 위주로 진짜 1년을 꽉 채워서 활동한다. 10년 동안 2개월 쉰 게 다였다. 이제는 한단계 더 높은 연기를 할 수 있게, 그런 캐릭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해야 한다.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운이 필요한 것 같기도 한다. 어쨌든 조심은 해야할 것 같다. 사실 운이 좋아서 여러가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이 하려고는 한다.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작품,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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