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휴화산'
최근 예능국에서는 '폐지'라는 말이 사라지는 추세다. 대신 '종영'이라는 말로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SBS '꽃놀이패'가 시즌2를 기약했고, '씬스틸러', KBS 2TV '트릭앤트루', MBC '미래일기', 'JTBC '말하는대로', Mnet '골든탬버린' 등이 폐지가 아닌 '시즌제 논의 중'이라는 말과 함께 '종영'이라는 입장을 냈다. 또는 '원래 X회로 예정했던 프로그램'이라고 발표하는 추세.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이 높거나 화제성이 있는 프로그램을 중단할 이유는 없다. 다만 '시즌2로 돌아오겠다'는 기약없는 약속은 애청자들을 애타게 하는 문제. 왜 일제히 '없애다'라는 단어가 아닌 '중지한다'의 표현을 사용할까.
첫째로는 '실제로 시즌2를 준비 중이기 때문'이다. 호평이나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에 의해 손해를 본 프로그램. 또는 연속성 보다는 분절성이 어울리는 프로그램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처럼 새로 돌아올 명백한 계획이 있을 때는 물론 '폐지'란 단어를 쓸 수 없다. SBS '판타스틱 듀오'와 KBS 2TV'언니들의 슬램덩크'가 각각 시즌 1를 마치면서 '종영'이라는 단어를 썼고, 실제로 시즌2로 돌아왔다.
프로그램 입장에서 (약속된) '시즌제'는 달콤하다. 롱런이 어려운 단일 포맷도 '휴식'을 통해 심기일전할 수 있고, 전 시즌에서 드러난 문제를 수정 보완하며 때를 벗기는 재정비의 기간이 되기도 한다. 광고주도 묵은 프로그램 보다는 새로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눈이 가기 마련.
둘째는 '계륵'. ('닭의 갈비'라는 뜻으로,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한정된 슬롯을 비워 다른 프로그램, 다른 PD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시점이기에 한 예능을 중단하지만, 말 그대로 '버리기는' 아까운 경우에 '폐지'란 단어를 쓰지 못한다. 약속은 없지만 미래의 어느날, 과거 인지도를 얻었던 프로그램에 새 숨을 불어넣을 수도 있다는 마음. 꺼진 불도 다시 보게될 수도 있기에 들어 두는 '보험'이다.
세번째는 단순 '예우'다. 예능가에는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거나, 문제점이 드러난 프로그램도 숱하게 많다. 미래에 다시 살려낼 의지도 없고, 그럴 필요조차 없는 방송. 하지만 '폐지'란 표현은, 그 단어가 공표된 순간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의욕을 상실시키며 심리적 타격을 준다.
'폐지한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후에 남은 회차가 더 문제. 녹화장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닫고, 애청자들이 짐을 싸버려, 시청률은 바닥을 친다. 광고주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 그래서 예능국은 '폐지가 아닌 종영입니다'라는 에두른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ssale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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