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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한' 문성민, 든든하게 도와준 '무서운형' 최태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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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웅 감독님이요? 롤모델이자 무서운 형이죠."

별중의 별, MVP에 오른 문성민(현대캐피탈)이 하하 웃었다.

현대캐피탈은 3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2016~2017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4-26, 27-25, 25-22, 25-20) 역전승을 기록,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에 왕좌 탈환에 성공했다.

승리의 중심에는 '캡틴' 문성민이 있었다. 문성민은 이번 시리즈에서 혼자 125점을 쓸어담으며 공격에 앞장섰다. 최종전에서도 23점을 책임지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맹활약을 펼친 문성민은 기자단 투표 29표 가운데 무려 26표를 받으며 MVP를 거머쥐었다.

생애 첫 프로 우승. 문성민은 우승 확정 뒤 눈물을 펑펑 흘렸다. 고마움과 미안함, 기쁨과 힘들었던 순간이 한데 만든 뜨거운 눈물이었다. 문성민은 "운동을 시작한 후에는 강해보이기 위해 울지 않았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눈물이 많아졌다"며 "지금 흘린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말 그대로다. 문성민은 20대까지만 해도 차가운 승부사 기질이 강했다. 코트 위에서나 경기장 밖에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많이 변했다. 문성민은 경기 중에는 누구보다 뜨겁게 불타오르지만, 경기가 끝난 뒤에는 웃음도 많고 눈물도 많은 모습이다. 그는 "결혼하고 애도 생기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를 변화시킨 한 가지 원동력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최태웅 감독의 힘이다. 문성민은 "현대캐피탈 입단 초기의 일이다. 당시 동료 선수였던 감독님께서 '멤버가 좋고 문성민이 한국에 왔다고 우승할 것이라는 부담을 갖지 말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며 "그 덕분에 부담감을 떨쳐낼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님께서 나를 믿고 주장이라는 직책을 맡겨 주셨다.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며 "감독님은 내게 롤모델이다. 동시에 내가 제대로 하지 못할 때일수록 중심을 잡아주는 무서운 형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문성민의 고마움. 최 감독은 "2차전 때 성민이가 체육관 바닥을 치면서 자기 자신에게 화를 내는 걸 봤다. 그 모습을 보면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성민이가 이제는 어떻게 해야 우승할 수 있는지 느낀 것 같다. 그동안 성민이에게 없던 것이다. 조금 더 성장할 것 같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형 최 감독과 성장하는 캡틴 문성민이 쓰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둘은 다음 시즌 또 한 번 정상을 향해 달릴 예정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