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
시즌 초반 SK 와이번스를 보면 '초고속 롤러코스터'를 보는 것 같다. 개막전부터 6연패를 당하더니 이후 8경기에서 7승(1패)을 챙겼다. 어느새 7승7패, 승률 5할이다. 이 기간에 NC 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를 맞아 2승1패 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했고, 지난 주말 원정 한화 이글스전에선 3연전 스윕까지 달성했다. 16일 한화전까지 5연승. 초반 연패에 빠져 허둥대던 팀이 맞나 싶다. 분위기 반전에 확실히 성공한 와이번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4대4 트레이드 직후 가파른 상승세가 시작됐다.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결정한 트레이드가 기대했던 효과를 일으켰다고 봐도 될 것 같다.
지난 7일 SK는 KIA 타이거즈에 포수 김민식, 내야수 최정민 노관현, 외야수 이명기를 내주고, 포수 이성우와 이홍구, 외야수 윤정우 노수광을 받는 4대4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양팀이 이해득실을 따져보고 결정한 '선수 맞교환'이다. 와이번스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 트레이드를 통해 SK는 득직한 백업 포수 2명과 발 빠른 외야수를 확보했다. 물론, 전 소속팀에서 출전이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결정이었다. 염경엽 SK 단장은 "팀에 변화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5연패중이던 SK는 트레이드를 공식 발표한 7일부터 7승2패, 이적 선수가 본격 가세한 8일 기준으로 7승1패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깜짝 트레이드가 온전히 분위기 반전을 끌어냈다고 보긴 어려워도, 촉매제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이적은 선수에게 동기부여가 될 때가 많다. 트레이드가 팀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 이적 선수, 팀 전체에 긍정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게 이홍구의 행보다.
9일 NC 다이노스전에 이적 후 첫 선발 출전한 이홍구는 3회 1사 만루에서 2타점 좌전안타를 때렸다. 4-4 동점에서 흐름을 가져온 결승타였다. 이 경기에서 SK는 8대5로 이겼다. 11일 롯데 자이언츠전 땐 9회말 2-6으로 뒤진 상황에서 2점 홈런을 터트렸다. 마무리 투수 손승락을 상대로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13일 롯데전에선 결승타나 다름없는 한방을 쏘아올렸다. 9-9로 맞선 5회 1점 홈런을 터트려 11대10 승리에 기여했다. 15일 한화전에선 8회 윤규진을 맞아 시즌 3호 1점포를 가동했다. 팀이 상승세를 이어가는 동안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백업포수라고 보기 어려운 신바람 맹활약이다.
트레이드 이전, 이후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SK 유니폼을 입기 전 KIA 소속으로 홈런 타점없이 8타수 2안타, 타율 2할5푼.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선 8타수 5안타, 타율 6할2푼5리에 3홈런, 7타점, 4득점, 장타율 1.750을 기록했다. 괴력의 맹타다. 이홍구는 "기회가 주어질 때 더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팀을 옮긴 후 이전보다 출전 기회가 늘었는데, 새로운 분위기에서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팀이 상승세를 타는 시점에서 합류해서 그렇지, 내가 잘 해 팀이 잘 나가간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했다.
트레이드가 단행된 후 열흘. 또 어떤 변화가 이어질까 궁금하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