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기세가 무섭다.
강등권일수도 있다는 개막 전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 듯, 엄청난 연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포항은 15일 홈에서 대구를 2대1로 꺾고 3연승에 성공했다. 매경기 두 골 이상을 넣는 폭발적인 공격축구가 계속되고 있다. 순위도 2위다. 제주, 전북과 초반 3강을 형성했다. 분명 예상 밖의 구도다.
개막전이었던 울산전 패배 후 5경기에서 4승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4승의 상대가 모두 약체였다. 광주(3월12일·2대0), 전남(4월1일·3대1), 인천(4월9일·2대0)에 이어 대구까지. 모두 하위스플릿이 예상되는 팀을 상대로 거둔 승리였다. 그래서 포항의 선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아직 제주, 전북, 서울 등 강팀과 맞붙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광주, 인천, 대구 등을 모두 이겼다는 점이 더 의미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은 지난해 9월 지휘봉을 잡았다. 강등권의 팀을 구해내기 위해 본인의 색깔을 내기 보다는 성적에 초점을 맞췄고, 잔류에 성공했다. 이번 겨울부터 본격적인 최 감독식 축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최 감독은 시즌에 들어가며 "11팀을 한번씩 상대하는 1스테이지까지는 밸런스를 맞추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아직 본격적인 내 축구를 펼치기에는 시간적으로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광주, 인천, 대구는 까다로운 상대였다. 최 감독은 "전술적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광주, 인천, 대구 같은 팀들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광주, 인천, 대구는 K리그에서 도깨비팀으로 분류된다. 강팀을 상대로 심심치 않게 승점을 따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는 올 시즌 초반 3연승으로 잘나가던 제주와 만나 처음으로 승점을 가져왔고, 인천은 전북, 수원 등과 비겼다. 대구도 수원, 상주로부터 승점 1점을 얻었다.
이는 이들의 경기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장점을 내세우기 보다는 상대의 실책을 유도하는데 더 능한 팀이다. 소위 상대를 '말리게' 하는 팀이다. 광주, 인천, 대구는 수비시 공간을 최소화해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볼을 뺏으면 빠른 속도로 역습에 나선다. 오히려 정공법으로는 당할 수 있는 상대다.
포항은 그런 광주, 인천, 대구를 상대로 모두 승점 3점을 더했다. 변화를 택하지 않고, 포항만의 스타일로 이겼다. 포항의 전술적 완성도가 최 감독의 생각보다 훨씬 더 높다는 방증이다. 포지셔닝을 강조하는 포항은 상대의 변칙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최 감독 스스로 "올 시즌을 치르면서 지금까지 가장 힘든 승부"였다고 한 대구전에서도 마지막까지 양동현을 중심으로 한 공격축구의 기조를 잃지 않았다. 여기에 꾸준히 승점을 획득하며 자신감까지 더한 것은 또 다른 소득이다.
최 감독은 입버릇처럼 "오히려 제주, 전북, 서울을 만나면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더 까다롭다고 한 광주, 인천, 대구를 모두 넘은 만큼 최 감독의 말은 허언처럼 들리지 않는다. 공교롭게도 포항의 다음 리그 상대는 전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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