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돌아왔다. 라파 베니테스도 돌아왔다.
뉴캐슬은 7일(한국시각)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에서 열린 반슬리와의 2016~2017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46라운드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승점 94점(29승7무10패)을 기록한 뉴캐슬은 브라이턴(승점 93)을 승점 1점차로 따돌리며 챔피언십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뉴캐슬은 한시즌만에 다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복귀하는 기쁨을 누리게 됐다.
뉴캐슬의 승격은 역시 '베니테스 마법'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시즌 막판 뉴캐슬의 지휘봉을 잡았던 베니테스 감독은 팀을 강등에서 구해내지 못했지만, 인상적인 지도력을 선보였다. 여전한 능력을 보여준 베니테스 감독에게 EPL을 비롯해 각 국의 러브콜이 쏟아졌다. 뉴캐슬 서포터스는 청원운동을 펼치며, 베니테스 감독의 잔류를 요구했다. 베니테스 감독은 "내 심장은 뉴캐슬 잔류를 원한다. 다음 시즌 EPL 승격을 이룰거라 믿는다"며 16년만의 하부리그행을 택했다.
챔피언십은 쉽지 않은 리그다. 스타일부터 다르다. 기술을 앞세운 EPL과는 달리 챔피언십은 몸싸움을 앞세운 전형적인 영국식 스타일을 고수한다. 팀수가 많아 일정도 빡빡하고, 무엇보다 강등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에 시달린다. 리즈를 비롯해 볼턴, 블랙번, 위건, 퀸즈파크레인저스 등 나름 EPL에서 잔뼈가 굵었던 팀들이 승격은 커녕 아예 3부리그로 추락하기도 한다.
베니테스 감독 입장에서도 모험이었다. 리버풀, 첼시, 레알 마드리드 등을 거친 명장이지만 앞서 언급한데로 챔피언십은 그간 그가 지도했던 리그와는 완전히 달랐다. 새롭게 팀을 재편하고, 새로운 리그에 적응해야 하고, 무엇보다 반드시 승격해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넘어야 할 벽이 한두개가 아니었다. 베니테스 감독은 일단 선수단 구성에 공을 들였다. 조지오 바이날둠, 무사 시소코 등을 팔고 준척급들을 끌어모았다. 5500만파운드를 투자해 그랜트 핸리, 데산드레 예드린, 대릴 머피, 아이작 헤이든 등을 데려왔다. 2000만파운드의 흑자를 낸 것은 물론 영입파들이 모두 제몫을 해냈다. 그 중 EPL 구단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고 매트 리치와 드와이트 게일을 영입한 것이 '대박'이었다. 베니테스 감독의 힘이 만든 영입이었다. 게일은 "베니테스 감독은 경험과 능력이 있다. EPL에서 한단계 낮은 무대로 내려왔지만 후회는 없다. 분명 나를 성장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밸런스를 중시하는 베니테스 감독은 챔피언십에서도 기조를 유지했다. 공격은 게일, 리치, 존조 셀비 '삼각편대'가 이끌었다. 뉴캐슬은 85골을 넣으며 리그 최다득점팀에 이름을 올렸다. 리치는 42경기에서 12골을, 게일은 부상으로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23골을 터뜨리며 승격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수비도 빛났다. 키어런 클락과 자말 라스셀레스 센터백 듀오는 시즌 내내 견고했다. 단 40골만을 허용하며 리그 최소실점을 기록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안정감을 유지한 뉴캐슬은 시즌 내내 리그 4위 밖으로 이탈한 적이 없었다. 뉴캐슬이 기록한 승점 94는 2009~2010시즌과 2013~2014시즌 우승한 뉴캐슬과 레스터시티가 기록한 102점 다음 가는 승점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승격이었다.
팬들의 힘도 빼놓을 수 없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뉴캐슬팬들은 강등에도 불구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시즌 개막 전 무려 3만7000장의 시즌 티켓이 팔렸다. 매경기 구름관중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올 시즌 홈경기에 모인 뉴캐슬팬들은 무려 110만명이었다. 서포터스의 응원이 이어지자 선수들도 힘을 모았다. 수비수 핸리는 "응집력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가장 큰 힘이었다. 서로에게 항상 잘하자고 소리치고 힘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가 승격이었다"고 웃었다.
이제 관심사는 다음 시즌 뉴캐슬의 행보다. 베니테스 감독은 "EPL 잔류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더 높은 목표를 잡아야 더 높은 곳에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일단 베니테스 감독은 마이크 애슐리 구단주에게 7000만파운드 이상의 이적 자금을 요구할 계획이다. 만약 애슐리 구단주가 지난 겨울이적시장 처럼 투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애슐리 구단주는 지난 겨울이적시장에서 3000만파운드 정도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고 지키지 않아, 베니테스 감독은 분노를 산 바 있다. 결국 잔류해 팀 승격을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베니테스 감독은 승격을 통해 자신의 몸값을 충분히 끌어올렸다. 빅클럽도 구애를 보내고 있다.
승격에 절대적인 공을 세운, 다음 시즌 행보에 절대적인 몫을 갖고 있는 베니테스 감독의 잔류 여부가 일단 이번 여름 뉴캐슬의 성패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