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감독이 거의 예외 없이 경기전 취재진과 라운드 인터뷰를 한다. 형식이나 장소가 규정되지 않은, 비교적 자유로운 만남에 가깝지만 팀이 연패에 빠져있을 때는 딱히 할 말이 없는 게 사실이다. 또 어떤 말을 해도 조심스럽다. 연패 중인데 농담이 나오냐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로의 세계인만큼 모든 것은 성적과 직결된다.
kt 위즈 김진욱 감독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부터 20일 수원 넥센 히어로즈전까지 5연패에 빠져있었다. 지난주 선두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2연속 '위닝시리즈'를 할 때까지만 해도 다시 상승세를 타는듯 했지만, 중위권 팀들에게 5경기를 내리 패하는 것은 치명타가 컸다. 여전히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연패의 씁쓸함. 21일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김진욱 감독은 취재진에게 대뜸 "연패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나"하는 질문을 던졌다. 웃으면서 질문했지만 연패 동안 얼마나 속이 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취재진이 "예전에는 연패를 끊으려고 마운드나 외야에 술을 뿌리거나 칼을 꽂는 경우도 있지 않았나"하며 농담을 하자 김진욱 감독 역시 "소금을 뿌리는 경우도 봤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연패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안된다. 아예 연패라는 말도 하지 말아야 한다. 늘 평소대로 하루하루 열심히 하면서 이기고, 지고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에게 밝은 분위기, 자신감 넘치는 덕아웃을 강조하는 김 감독이지만, 그래도 개막 초반에 비해 전반적으로 뚝 떨어진 팀 페이스와 성적이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다.
kt는 결국 스스로 정답을 찾았다. 21일 넥센을 상대로 13대4 대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전까지 연패에 빠져있는 kt에 비해 넥센은 최근 3연승, 꾸준히 위닝시리즈를 적립하며 내심 스윕까지 노리고 있었다. 정반대의 분위기. 여기에 선발 매치업도 넥센이 앞섰다. 최근 국내 투수들 중 가장 페이스가 좋은 최원태가 나섰다. 반면 kt는 베테랑 김사율이 대체 선발로 등판했다. 김사율의 올 시즌 첫 1군 등판이자 롯데 소속이었던 2014년 5월 22일 포항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3년만의 선발 등판. 여러모로 넥센이 우세한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t가 모든 예측을 뒤엎었다. 3년만에 선발로 나선 김사율은 2회와 5회 고비를 극복하고 5이닝 3실점 1자책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2013년 8월 17일 이후 1373일만에 거둔 감격의 선발승이다. 공격도 김사율을 도왔다. 타자들은 그동안의 답답함을 하소연이라도 하듯 1회부터 미친듯이 안타를 몰아쳤고 두자릿수 득점으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었다. 주장 박경수의 2루 슬라이딩 캐치 호수비도 인상적이었다. 잘 치고 잘 던지고. 가장 단순한 방법을 새삼 되새긴 귀중한 1승이다.
kt는 다음주 삼성과 두산 베어스를 차례로 상대한다. 두 팀 모두 최근 페이스가 살아났다. 이들을 상대하는 것 역시 또다른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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