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는 패배라는 단어가 익숙한 팀이었다.
패기를 앞세웠지만 그뿐이었다. 창끝은 무뎠고 방패는 가벼웠다. '선제골=패배'라는 공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강원도의 힘'을 기대하며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이 하나 둘씩 떠나기 시작했고, 승강제 원년인 2013년 챌린지(2부리그) 강등의 철퇴를 맞았다.
2017년 강원은 '승리의 DNA'를 만끽하고 있다. 강원은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과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13라운드에서 2대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강원은 지난 2009년 창단 후 최상위리그 최다 연승 기록(4연승)을 새로 쓰게 됐다. 공교로운 인연이다. 강원의 기존 연승은 최순호 감독 재임 시절이던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쓴 3연승이다. 포항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최 감독을 넘어 새 역사를 쓴 셈이다.
꿈처럼 여겨졌던 목표가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올 초 강원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목표로 잡았다. 챌린지 승격팀 치고는 호기로운 목표는 폭풍영입이라는 무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4월까지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2승(3무4패)에 그치면서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처럼 보였지만, 5월 들어 무패(4승1무) 고공 비행을 하면서 순위를 가파르게 끌어 올렸다. 13경기를 치른 현재 선두 전북 현대(승점 25)와 강원(승점 21)의 간격은 불과 4점이다. 반환점까지는 여전히 거리가 있지만 승격팀들이 으레 거쳤던 '초반 강등권 추락'을 넘어 중상위권에 포진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힘도 점점 붙고 있다.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 재발 뒤 두 달여 만에 돌아온 정조국이 완벽한 컨디션을 뽐내며 공격라인이 완성됐다. 이근호 김승용 김경중 등 빠른 발을 갖춘 공격진과의 시너지 효과는 지난 포항전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정조국 부상 뒤 급부상한 외국인 공격수 디에고 역시 꾸준한 모습으로 최윤겸 강원 감독을 웃게 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라인에선 발렌티노스의 십자인대파열로 인한 이탈에도 끈끈함을 과시하면서 공격진의 발을 가볍게 하고 있다.
롱런을 위한 과제는 백업이다. 시즌 초반부터 현재까지 선발 라인업에 큰 변화가 없다. 선발 자원들의 기량이 그만큼 탄탄하다는 뜻이지만 부상, 징계 변수가 발생했을 때 빈 자리를 메워줄 대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더운 날씨와 빡빡한 일정이 겹치는 여름에도 강원이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생기는 이유다.
2주 간의 A매치 휴식기 동안 강원은 수비 보강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최 감독은 "공격적인 부분에는 개인적인 능력도 있고, 쓸 수 있는 카드가 있기 때문에 수비적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ACL행의 꿈을 이루기 위한 강원의 전진은 계속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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