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페넌트레이스 일정의 37%가 진행된 가운데 일부 통계 항목에서 '0'을 기록중인 선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 시점이면 적어도 1~2개쯤은 나와야 할 기록인데, 아직까지 '철벽 방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가 올시즌 무패 행진중이다. 3일 현재 규정투구이닝을 넘긴 투수 26명 가운데 아직 패가 없는 투수는 헥터 뿐이다. 11경기에 선발등판해 8승을 올렸다. 78⅔이닝을 던진 헥터는 매경기 6이닝 이상을 던졌고, 평균자책점은 2.29로 이 부문 4위에 올라 있다. 올시즌 최강 에이스 중 한 명이 헥터다.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아직 피홈런이 없다. 올시즌 10경기, 62⅔이닝 동안 252타자를 상대로 홈런을 한 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 역시 규정투구이닝을 채운 투수중 박세웅이 유일하다. 박세웅은 풀타임 선발 첫 시즌인 지난해 17홈런을 허용했다. 박세웅은 WHIP(이닝당 출루허용)가 1.12로 이 부문서도 5위에 올라 있다. 그만큼 구위와 제구력에서 정상급 선발투수로 성장했다는 의미다.
아직 도루를 한 개도 허용하지 않은 투수도 있다. 헥터를 비롯해 두산 베어스 유희관, 삼성 라이온즈 페트릭 등 3명은 올시즌 단 한 차례도 도루를 내주지 안았다. 헥터는 도루자가 1개 있는데, 그만큼 헥터가 마운드에 있을 때 주자들이 도루를 시도할 생각을 안한다고 볼 수 있다. 빠른 퀵모션과 뛰어난 주자견제능력 덕분이다.
LG 트윈스 소사와 KIA 양현종은 사구를 한 개도 내주지 않았다. 사구는 몸쪽으로 던지려는 공이 제구가 안돼 타자를 맞히는 것을 말하는데, 그만큼 두 선수가 몸쪽 공에 대해서는 제구력이 안정적이라는 의미다. 소사의 경우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타자 몸쪽으로 뿌리는 경우가 많지만, 아직 타자를 맞히지는 않았다. 그만큼 제구력이 향상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도루와 사구도 규정투구이닝을 넘긴 투수들 중 그렇다는 것이다.
타격 부문서는 두산 김재호와 삼성 구자욱이 병살타를 아직 치지 않았다. 규정타석을 넘긴 52명중 병살타가 없는 타자는 이 둘 뿐이다. 이날 현재 김재호는 타율 3할1푼, 구자욱은 3할9리를 기록중이다. 팀배팅에 능하고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난 타자들이다. 발이 빠른 것도 한몫하고 있다. 구자욱의 경우 42타점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주자가 있을 때의 팀배팅과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불명예 부문 '0'의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