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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은 구종이 많아야? 적어도 잘던지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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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의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와 kt 위즈의 고영표는 구종이 다양한 편이 아니다.

허프는 직구와 커터, 체인지업 등 3가지 공을 던진다. 고영표는 투심과 체인지업 위주의 피칭에 커브를 더한다. 보통 선발 투수라면 4가지 구종 정도는 던져야 한다고 하는데, 둘은 3가지로 좋은 피칭을 한다.

구종이 다양하지 않더라도 완벽하게 제구가 되는 공이라면 문제가 없다는 것을 8일 수원에서 고영표와 허프가 보여줬다.

허프는 최고 147㎞ 직구와 130㎞ 후반의 커터, 130㎞ 초반의 체인지업을 던진다. 지난해엔 직구와 체인지업 위주에 커터를 조금 섞었지만 올해는 커터를 체인지업과 비슷한 비율로 던진다. 8일 허프는 6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지며 5안타(1홈런) 1볼넷 9탈삼진 2실점을 했다. 100개 중 직구가 49개, 커터가 26개, 체인지업이 25개였다. 투피치에서 커터 비율이 높아지면서 타자들에게 더욱 위협적인 모습이 됐다. 우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커터가 효과를 보는 것. 허프는 이날 2회말 선두 4번 유한준에게 솔로포를 맞고, 이후 5번 김동욱과 7번 남태혁, 8번 심우준에게 안타를 얻어맞으며 1점을 추가 실점했다. 이후 6회까지는 위기라고 할 것 없이 편하게 이닝을 끝냈다. 삼진을 9개나 잡아내며 KBO 데뷔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kt의 떠오르는 샛별 고영표도 9가지 구종이 적힌 투구 분석표에서 딱 3칸만 썼다. 투심과 체인지업, 커브였다. 이날 7⅓이닝을 소화하며 85개의 공을 던졌는데 최고 139㎞ 투심을 36개, 110㎞대 체인지업을 32개, 커브를 17개 던졌다. 무브먼트가 좋아 구속이 140㎞를 넘지 않아도 상대 타자의 방망이 중심에 맞지 않는다. 공이 떠오르는 듯 하다가 떨어지는 체인지업은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한다. 이날도 맞혀잡는 피칭으로 이닝을 빠르게 끝냈다.

3회초 2점을 내줄 때도 빠른 승부로 5명의 타자에게 단 9개의 공만 던졌고, 4회엔 5개의 공으로만 3명의 타자를 아웃시켰다. 6회까지 66개의 공으로 끝내며 완투도 가능해 보였지만 8회말 1사 만루 위기에서 박용택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아 아쉽게 강판됐다. 7⅓이닝 7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

어느 순간에도 자신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구종 3개만 있으면 프로야구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완벽하지 않은 많은 구종보다는 자신있게 원하는 곳에 뿌릴 수 있는 3가지 구종이면 충분했다. 수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