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킹'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이 마지막 올스타전을 무사히 마쳤다. 후배 야구 선수들과 팬들이 그의 뜻 깊은 올스타전을 함께 했다.
이승엽은 KBO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1995년에 데뷔한 그는 2003년 KBO 역대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쳤고, 통산 459홈런을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에는 한일 통산 600홈런을 달성하기도 했다. 대단한 활약을 펼친 만큼, 올스타전과도 연이 깊다. 이승엽은 1997년 처음 올스타로 뽑혔으며, 올해까지 총 11번이나 올스타가 됐다. 감독 추천도 아닌, 베스트 라인업으로만 올스타 무대를 밟았다. 올해도 이승엽은 팬, 선수단 투표를 합쳐 드림 올스타에서 가장 높은 54.41점을 받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기에,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이었다. 처음 출전한 1997년 올스타전은 대구에서 열렸다. 공교롭게도 마지막 올스타전 역시 삼성의 홈구장인 라이온즈파크에서 개최됐다. 여러모로 특별한 올스타전이었다. KBO도 이승엽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승엽만을 위한 행사들을 준비했다. 경기에 앞서 단독 팬 사인회가 진행됐다. 외야에서 입장한 팬들은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이승엽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추억했다. 경기 직전에는 헌정 유니폼 증정식이 이어졌고, 두 아들과 함께 시구, 시타를 진행했다. 첫째 이은혁(13)군이 시구를, 둘째 이은준(7)군이 타석에 섰다.
본 경기에선 안타 1개를 치며, 자존심을 지켰다. 원했던 홈런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승엽이 속한 드림 올스타가 승리했다. 올스타전을 마친 이승엽은 "마음 먹은 대로 안 됐다. 내 능력이 여기까지인가 보다라"며 미소를 보인 뒤 "마지막 올스타전을 대구에서 치러서 좋았다. 큰 함성과 박수를 보내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아들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좋은 분위기에서 끝났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나에게는 행운이다. 야구를 하면서 관심을 많이 받아서 기쁘다. 2000년대 후반에는 야구를 잘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박수를 받으면서 끝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더 좋다"고 덧붙였다.
함께 올스타전에 참가한 아들 은혁군은 "100점짜리 아빠다. 화를 안 내고 친절하시다. 노력하는 야구 선수이신 것 같다. 대단하고, 멋있다"라면서 "예전에는 아빠가 보고 싶어서 빨리 은퇴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선수로 뛰는 걸 오래 보고 싶다. 그래도 아빠가 마음을 정하신 것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후배들에게도 이승엽과 함께 한 올스타전은 뜻 깊었다. 후배들의 사진 요청이 끊이질 않았다. 경북고 후배인 박세웅은 "이승엽 선배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같이 해서 뜻 깊고, 영광이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의 김민식도 "선배님을 보면서 나도 나중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은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경기에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멤버였던 이대호와 함께 홈런 세리모니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는 더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이승엽의 올스타전은 막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이승엽이 선수로 뛰는 순간을 더 볼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팬들에게 위안거리다. 이승엽은 "이제 56경기가 남았는데, 나에게는 정말 짧은 여정이다. 후회 없이 떠나기 위해선, 더 많은 걸 보여드려야 한다. 잘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대구=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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