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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택시' 제작자 "광주관객 반응 특히 여운, 천만 마음이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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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휴먼 영화 '택시운전사'(장훈 감독)를 제작한 제작사 더 램프의 박은경(45) 대표가 1000만 관객 돌파에 대한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취재한 '푸른 눈의 목격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제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만든 '택시운전사'. 지난 2일 개봉해 2일 만에 100만, 3일 만에 200만, 4일 만에 300만, 5일 만에 400만, 7일 만에 500만, 8일 만에 600만, 11일 만에 700만, 13일 만에 800만, 14일 만에 900만, 그리고 19일 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 됐다.

지난 1월 설날 개봉한 '공조'(김성훈 감독)의 흥행 기록(781만7459)을 약 7개월 만에 갈아치운 '택시운전사'는 올해 최단 기간·최다 관객을 끌어모은 작품이 됐다. 한국영화로는 15번째, 외화를 포함한 기록으로는 19번째 1000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중 가장 큰 흥행 성적을 가진 영화이기도 하다.

올해 첫 번째 1000만 돌파 영화로 등극하며 개봉 4주 차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는 '택시운전사'. 이를 제작한 박은경 대표는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쇼박스 사옥에서 가진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택시운전사' 흥행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앞서 박은경 대표는 서강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뒤 광고대행사 제일기획, 한국IBM을 거쳐 2003년 영화 투자·배급사 쇼박스에 입사, 투자총괄팀장으로 9년간 영화를 배웠다. 이후 쇼박스에서 독립, 2012년 영화 제작사 더 램프를 설립해 영화 '동창생'(13, 박홍수 감독) '쓰리 썸머 나잇'(15, 김상진 감독) '해어화'(16, 박흥식 감독)를 제작했고 네 번째 제작 작품인 '택시운전사'로 마침내 골든벨을 울렸다.

"'택시운전사'의 1000만 관객 돌파를 축하한다"라는 인사에 머쓱한 웃음을 지은 박은경 대표는 "생각도 못 한 일인데, 요즘 그저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화답했다. 박 대표는 "'택시운전사'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작품이란 걸 예상은 커녕 상상도 못 했다. 다만 흥행을 떠나 다른 의미로 이 영화를 관객이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꼭 극장이 아니더라도,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어떤 플랫폼이든, 어떤 때든 '택시운전사'를 오래오래 기억하고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다. 이런 내 진심과 '택시운전사'를 만든 모든 스태프의 진심이 통했는데 투자·배급사인 쇼박스도 관객이 가장 영화를 많이 볼 수 있는 개봉 시기를 잡아준 것 같다. 이 또한 고맙다"고 소감을 전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영화로 첫 1000만 영화이자 물론 올해 첫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여러모로 흥행에 의미를 갖게 된 '택시운전사'. 모두의 진심이 모이고 모여 만든 성적이자 1000만 관객의 염원이 만든 새로운 기록이다.

"사실 의미를 가지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었어요. 예상치 못하게 결과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된 영화가 돼버렸죠(웃음). 제작자로서 '택시운전사'의 시작은 담백하고 단순했는데 결과적으로 관객이 많이 좋아해 주셔서 뜻깊은 의미가 생긴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좋은 이야기를 나눠주셨고 그게 또 좋은 의미가 됐으니까 너무 감사하죠."

혹자는 '택시운전사'를 두고 '광주 시민의 한(恨)을 풀어준 한풀이 영화'라는 평을 내리기도 했다. 그만큼 광주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작품이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해 박 대표 역시 "다른 지역보다 광주 관객의 반응이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고 곱씹었다.

"'택시운전사' 촬영을 실제로 광주에서 했는데 그때 광주 시민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너무나 덤덤하 게 말하는게 잊혀지 않아요. '그때 내가 주먹밥을 날랐어' '총알이 집 창문에 날라와 이불로 막아놓기도 했지' 등 그날의 사건을 툭 툭 말하고 지나가시곤 했어요. 개봉 이후 진행한 광주 무대인사도 생각이 나는데, 실제로 80년대 광주에서 택시 운전을 하셨던 운전사분들이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단체 관람을 하셨더라고요. 다들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맺히셨던데 그 모습을 보고 또 울컥했어요. 광주는 5월에 제사가 많데요. 영화로나마 그분들의 한을 풀어드린 것 같아 안심되네요. 1000만 관객의 따듯한 마음이 잘 전달됐죠. 송강호 선배가 했던 말처럼 '택시운전사'는 관객에게 따뜻하게 안긴 작품이 된 것 같아요. 저 역시 1000만 관객이 안아주신 것 같아 앞으로 더 열심히 영화 만들려고요."

한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가 통금 전에 광주를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다.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이 가세했고 '고지전' '의형제'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