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섭 감독을 선임한 강원FC의 미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원FC는 지난 3일 송 감독을 차기 사령탑으로 확정해 발표했다. 올 시즌 전력강화부장으로 강원에 합류한 송 감독은 "그동안 공부하고 경험한 바탕으로 최대한 내 능력을 발휘해 새로운 희망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다.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원FC는 지난 8월 최윤겸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난 뒤 박효진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겼다. 최 감독이 올 초 강원과 재계약을 맺을 당시 축구계 안팎에선 '강원FC가 일정기간 목표치에 들지 못하면 최 감독이 계약기간을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풍문이 돌았다. 진실은 강원FC와 최 감독 만이 알고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풍문이 현실화된 모양새다. 조태룡 강원FC 대표이사가 국내외 지도자들과 폭넓게 접촉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불투명한 구단의 미래가 원인이었다. 최 전 감독이 물러난 뒤 '2주 내에 차기 사령탑 선임'을 공언했던 조 대표이사의 입장은 바뀌어갔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에도 한 대학팀 지도자에게 '당장 팀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가 거절당한 바 있다. 결국 '내부인사'인 송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에 이르렀다.
송 감독은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출신으로 연령별 대표팀 코치 및 순회지도자 등을 거쳤다. 2015~2016년 FC서울에서 코치로 활약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노상래 감독의 P급 지도자 자격증 문제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도전에 어려움을 겪던 전남 감독을 잠시 맡기도 했다. 1994년 대우 로얄즈(현 부산)에서 프로에 데뷔해 1996년 수원 삼성에서 은퇴한 프로경력은 특출나지 않지만, 1999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지도자 강습회에 역대 최연소로 참가할 정도로 학구열에 높은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강원FC의 다음 시즌 전망이 밝진 않다. 강원도의 지원이 올 시즌에 비해 큰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ACL 출전을 목표를 잡고 이근호 정조국 한국영 이범영 황진성 등 알짜배기들을 데려올 수 있었던 배경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 전 스포츠붐 조성'이라는 접점이 있었다. 대회가 끝난 뒤 시설 유지로만 수십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강원FC에게 두 차례나 추경예산을 집행했던 강원도의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로 건너간 문창진처럼 기존 전력 이탈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올 시즌 중반 일어났던 이적료, 용역비 지급 연체가 또다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순회지도자, 연령별 대표팀을 맡았던 송 감독 선임은 이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젊은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도시민 구단의 중요한 역할이다.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과감하게 기용하겠다"는 송 감독의 발언도 이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송 감독은 오는 19일 열릴 울산 현대와의 2017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최종전부터 팀을 지휘한다. 그는 "자신이 없으면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았다. 난 잃을 것이 없다. 끝까지 도전해 나가겠다"면서 "비주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유명한 선수 출신이 아니어도 프로에서 지도자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다. 비주류 가운데 실력 있는 지도자들이 많다. 그런 지도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길을 제시하고 싶다. 실력 있는 지도자가 빛나는, 축구계에 가치 있는 일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