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인어공주' 김서영(23·경북도청)이 국제수영연맹(FINA) 싱가포르 쇼트코스 월드컵 개인혼영 4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후 자신감을 표했다. 전날 개인혼영 200m 동메달에 이어 멀티메달 쾌거를 쓴 직후다.
김서영은 19일 오후 싱가포르 OCBC아쿠아틱센터에서 펼쳐진 FINA월드컵 여자 개인혼영 400m 결선에서 4분28초11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 '세계기록 보유자' 카틴카 호스주(28·헝가리, 4분25초88)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호스주는 2016년 리우올림픽 200-400m 개인혼영 등 3관왕, 2013-2015-2017년 세계선수권 개인혼영 200m 3연패에 빛나는 종목 최강자다. 쇼트코스세계선수권에서도 2014, 2016년 연속 금메달을 휩쓸었다.
전날 여자 개인혼영 200m 결선에서 2분06초12로 동메달을 따낸 김서영은 400m에서 진일보한 기록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접영, 배영, 평영, 자유형 순으로 진행되는 개인혼영에서 300m 평영까지 호스주를 앞서는 괴력, '반전 레이스'를 펼쳤다. 자유형에서 아쉽게 밀리며 금메달을 놓쳤지만, 세계 1위 선수와 대등한 승부는 경이로웠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김서영은 "저도 이렇게 잘할 수 있을 줄 몰랐다"며 기쁨을 표했다. "오늘 레이스는 올해 나의 마지막 레이스였다. 마지막 대회를 앞두고 즐기면서도 최선을 다하자고 결심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너무 기쁘다"는 겸손한 소감을 밝혔다. "호스주 선수 같은 대선수와 함께 했다는 것, 대등한 레이스를 펼칠 수 있었다는 것이 영광스럽다. 훈련이 너무 힘들 때는 내가 과연 될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오늘 함께 경기하면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웃었다.
김서영은 작지만 영민하고 강인하고 유연하다. 1m63의 키로 1m70~80 거구의 미국, 유럽 선수들을 줄줄이 제치는 괴력에 대해 김서영은 "예전에는 신체조건이 불리해서 안된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불리한 신체조건속에서도 잘하는 일본이나 외국선수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했다. "불리함을 극복하는 정신력이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쇼트코스 기록을 롱코스에서 달성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다. 메이저 대회, 세계 정상권을 향한 목표를 에둘러 말했다. 쇼트코스 기록이 롱코스 기록이 된다면, 메달은 떼논 당상이다.
김서영은 한국 수영의 희망이다. 2012년 열여덟 살, 런던올림픽에 첫출전에서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신 김서영은 지난해 리우올림픽에선 한국신기록 타이로 개인혼영 200m 준결선에 올랐다. 올림픽 직후 전국체전에서 4개의 한국신기록을 쓰며 4관왕에 올랐고, 지난 5월 국가대표선발전 개인혼영 400m에서는 4분35초93, 자신이 세운 한국신고기록을 7개월만에 3초90이나 앞당겼다. 7월 펼쳐진 2017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 개인혼영 200m 준결선에서는 2분 09초 86의 한국신기록을 수립하며 결선에 올라, 한국 선수 최초로 개인혼영 종목에서 세계 6위라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5개월 전 리우에서 김서영은 "앞으로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다음 올림픽까지 조금씩조금씩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저희는 메달을 따는 큰 선수는 아니지만 항상 뒤에서 안보이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거든요. 저희같은 작은 선수들도 있으니 많이 응원해주시면 큰 힘이 되니까요. 많이 응원해주세요." 스스로를 '노력하는 작은 선수'라고 칭했던 김서영이 '큰 선수'로 또박또박 성장해가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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