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23일 오전 체육관에 와서 깜짝 놀랐다.
멀끔한 외국인이 눈에 띄었기 때문. 알고보니 안드레아스가 덥수룩하던 수염을 모두 밀었다. 최 감독은 "다른 외국인 선수가 온 줄 알았다"며 "한국선수처럼 보이고 싶어서 그랬다더라. 생김새는 달라졌는데 실력은 똑같더라"고 웃었다.
농담을 했지만, 안드레아스는 최 감독이 꼽은 한국전력전의 키플레이어였다. 19일 우리카드전에서 노재욱이 살아나며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찾은 현대캐피탈의 마지막 퍼즐은 안드레아스의 부활이다. 시즌 개막 전 부상한 바로티의 대체 용병으로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안드레아스는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며 연착륙하는 듯 했다. 하지만 1라운드 중반부터 부진에 빠졌다.
최 감독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안드레아스에 믿음을 보냈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비중이 절대적인 V리그에서 무작정 기다릴수 만은 없는 법. 게다가 그간 안드레아스를 대신해 어려운 볼을 때려주던 문성민도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최 감독은 한국전력전을 앞두고 "안드레아스가 잘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드레아스의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맞는 것 같다. 그 부분을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수염까지 밀고 심기일전한 안드레아스는 최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날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2라운드 남자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대0(25-15, 25-18, 25-21)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첫번째 연승에 성공하며 승점 18(6승4패), 2위로 점프했다.
안드레아스는 이날 11득점을 기록했다. 안드레아스를 살린 맞춤형 패턴 공격이 빛났다. 노재욱은 시간차, 이동공격 등으로 안드레아스를 적극 활용했다. 안드레아스는 빠른 스윙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안정된 수비력도 좋았다. 최 감독은 "안드레아스의 활약에 만족한다. 어려운 상황서 조금 더 책임감 있게 때려주면 좋겠다"고 웃었다.
안드레아스까지 살아난 현대캐피탈은 개막 후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공격, 수비, 블로킹, 서브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주포 문성민은 15점을 올렸다. 특히 송준호(4개), 신영석 노재욱(이상 3개)을 앞세운 블로킹에서 상대를 13대2로 압도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2라운드 들어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최하위로 추락했다. 무엇보다 4연패 동안 단 한세트도 따지 못했다. 이날도 김인혁 이호건 두 신인을 출전시키며 반전을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전광인은 서재덕의 부상으로 과부하에 걸렸고, 펠리페는 19점을 올렸지만 공격범실이 너무 많았다.
천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23일)
▶남자부
현대캐피탈(6승4패) 3-0 한국전력(3승7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