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단 수뇌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구설에 올랐던 수원 삼성이 의문 투성이 내부 인사개편으로 내홍을 초래하고 있다.
수원 구단은 지난 27일 사무국 보직 이동 인사를 단행했다. 구단 구성원들은 직장 조직원의 숙명 때문인지 이번 인사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28일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K리그 구단 실무자 회의가 열리면서 수원 인사개편의 실체가 드러났다. 다른 구단 관계자 대부분은 수원의 인사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현재 수원 구단이 처한 현실에서 업무 효율성은 물론 10여명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곳곳에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의 김준식 대표이사와 박창수 단장은 지난 10월 25일 FA컵 4강전 부산 원정 당시 승부차기 혈투가 끝나기 전에 열차를 타기 위해 자리를 떴다가 주변의 지탄을 자초한 바 있다. 이후 수원 서포터스가 항의 성명을 발표하자 김 대표는 사과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랬던 수원 구단 경영진이 난데없는 인사로 분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마케팅 전문가가 선수단 총괄?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내용은 마케팅팀장을 하던 A씨가 운영팀장에 임명되고 리호승 전 운영팀장은 클럽하우스 관리팀장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이다. A씨는 제일기획이 스포츠단을 인수할 때 제일기획에서 데려온 인물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라 해서 발탁됐다. 하지만 수원은 최근 오랜 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하던 스폰서 아디다스를 붙잡는데 실패했다. 운영팀장은 선수단 지원·관리,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로 사무국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A씨가 운영팀장으로 가면서 유소년팀도 총괄토록 하는 등 업무 영역이 막강해졌다.
리 팀장은 수원 구단 창단기부터 구단 행정을 두루 섭렵한, 축구판에서 몇 안되는 장기 근속 전문가다. 클럽하우스 관리팀장은 3년 전 정년퇴임자가 떠난 이후 줄곧 비어있던 자리다. 굳이 팀장이 필요없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스포츠 구단 업무에서 마케팅과 선수단 총괄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다른 구단에서도 마케팅팀장이 운영팀장을 맡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수원처럼 '뼈대있는 집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단 총괄은 단순히 연봉계약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선수-에이전트를 상대하는 것부터 계약서 세부조항, 해외사례 연구 등 제대로 업무를 숙지하려면 2∼3년은 키워야 한다"면서 "선수 지원 업무를 아는 직원이 있다면 '1'도 모르는 마케팅 전문가를 굳이 앉힐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곳곳에 의문만 남겼다
수원의 인사는 시기적으로도 의문점이 있다. 수원은 특수한 상황이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1월 30일)에 출전하기 때문에 다른 구단보다 1개월 빨리 차기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당장 12월에 계약협상 등 선수단 체계를 갖춰야 한다. 산토스, 김민우가 떠났기에 대체자원 영입도 시급한 문제다. 기존 운영팀 직원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촉박한 시간.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업무를 총괄하는 운영팀장에 무 경험자를 앉혀야 할 이유가 뭘까. 게다가 삼성전자와 그룹 관계사는 최근 주요 임원 인사를 진행 중이다. 구단 김 대표와 박 단장도 임원이라 인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새로운 경영진이 구단에 올지 모르는 상황에 마치 '알박기'를 연상케 하는 내부인사가 먼저 실행된 것이다. 리 팀장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던 직원도 홈경기 관리팀원으로 발령났다. 작년부터 수원 구단은 선수보강 소홀 등 엇박자 행정으로 비판적인 보도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잦았다. 이런 상황에서 홍보 담당자들이 모두 밀려났다. 보복 인사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런 가운데 수원 축구단으로 입사해 지금까지 헌신한 직원들은 심리적 박탈감과 인사의 불합리성에 대해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속으로 끙끙 앓는다. 또 다른 불이익이 두렵기 때문이다. 제일기획은 '부장', '과장' 등 직함 대신 '프로'라고 붙인다. 하지만 구단이 요즘 돌아가는 모양을 보면 '프로'답지 못한 구석이 많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우리도 이런 인사는 아무리 포장하더라도 납득하기 힘들다. 전통의 수원인데, 동업자끼리 안됐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