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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이슈] '충무로 자랑→미투 가해자' 김기덕·조재현, 거장과 페르소나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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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우뚝 섰던 거장과 그의 페르소나가 '성추문'으로 동시에 추락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영화 감독 김기덕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들이 증언이 공개됐다. 입에 담기도 민망할 정도의 언어적 성희롱은 물론 육체적 성폭행까지 그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지난 2017년 김기덕 감독을 폭행과 모욕죄 등의 혐의로 고소한 여배우 A씨는 2013년 영화 '뫼비우스' 촬영 당시 김 감독의 성관계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으며 김 감독이 이야기 도중 자신의 바지를 벗거나 가슴을 꼬집는 행위를 일삼았다고 덧붙였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오디션을 봤다는 B씨는 입에 담기도 없는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다고 했다.가장 충격적인 증언을 한 이는 여배우 C씨였다. 그는 "김기덕 감독이 옷을 벗기려고 해 거부하다 옷이 찢어졌다. 저항했더니 따귀를 10대 때렸다"며 "합숙장소는 지옥이었다. 김기덕 감독과 주연배우인 조재현, 조재현의 매니저가 하이에나 같았다. 겁탈하는 데 혈안이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김 기덕 감독 뿐 아니라 김 감독의 페르소나인 배우 조재현이 한 명의 여배우를 강간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다.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미투운동이 시작된 이후 조재현에게 성추행 및 성폭행을 당했다는 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여배우 C씨의 증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김기덕 감독과 조재현은 김 감독의 데뷔작 '악어'(1996)부터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섬'(2000), '수취인불명'(2001), '나쁜남자'(2001), '뫼비우스'(2013) 등 수 많은 작품을 함께 해 왔다. 단순한 감독과 배우의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적 동지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또한 김 감독은 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본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영화 감독으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거장이었고, 조재현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는 대표 실력파 배우이자 연극과 다큐멘터리 영화 등의 발전과 융성에 앞장 서는 지도자이기도 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영화계에서도 존경과 지지를 받았던 '충무로 대표 콤비' 김기덕 감독과 조재현. 충무로의 자랑으로 여겨졌던 두 사람은 성추행과 성폭행 등 지독하고 추악한 성추문으로 단 한순간에 추락의 길을 걷게 됐다. 충무로의 자랑이었던 그들은, 이제 충무로의 수치가 됐다.

smlee0326@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