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지난 19일 11년만에 꿈에 그리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대전구장은 일찌감치 1만3000명 만원관중을 기록했다. 평일임에도 경기시작 3시간전부터 대전구장은 북적였다. 팬들의 육성응원은 우렁찼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대전구장을 찾았다. 전 관중석에는 한화그룹이 직접 선물한 장미꽃 한송이가 놓여있었다. 하지만 경기는 2대3 석패. 마운드는 탄탄했지만 방망이는 답답했다. 옥에 티였다.
대전구장은 그야말로 용광로였다. 경기시작에 임박해서는 3루측 티켓판매소에는 2개의 아주 긴 줄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티켓관련 줄, 또하나는 이글스 용품을 취급하는 이글스 샵에 들어가기 위한 줄이었다. 한화의 가을점퍼는 18일까지 무려 4000여장이 팔려나갔고, 이날도 날개돋친 듯 팔렸다. 각종 응원도구도 넘쳐났다. 팬들의 표정은 밝았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기도 했다.
관중석을 찾은 한화 팬들은 의아했다. 장미꽃 한송이가 놓여있었다. 지난 11년간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한화팬들은 이글스를 버리지 않았다. 늘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 '보살팬'으로 불렸다. 한화 구단과 그룹은 감사한 마음을 장미꽃에 담아 전달했다. 작은 감사 카드도 함께였다. 모두 4000만원 어치의 장미꽃이었다.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준비한 이벤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동을 전달했다.
경기시작 직후에는 구단주인 김승연 회장도 대전구장을 찾았다. 약 3년만이다. 김 회장은 경기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선수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하지만 한화는 1차전에서 2대3으로 졌다. 무수히 많은 득점 찬스를 날렸다. 1만3000명의 만원관중은 찬스가 올때마다 목이 터져라 응원했지만 무려 13개의 잔루가 쏟아지자 큰 아쉬움을 삼켰다. 특히 8회말 1사만루의 황금찬스는 두고 두고 아쉬웠다. 중심타선은 필요할때 터지지 않았고, 이렇다할 작전도 나오지 않았다. 잊을만 하면 나온 엉성한 베이스 러닝은 경기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20일 2차전도 입장권은 동이 난 지 오래다. 한화 팬들은 시즌 내내 그래왔던 것처럼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에 임할 것이 분명하다. 한화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