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느니만 못한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다.
KBO리그는 올해 몇 가지 새로운 규정을 도입했다. 그 가운데 타자주자의 베이스러닝을 제한하는 '3피트 라인' 규정이 자주 논란이 되고 있다.
올해부터 타자주자는 마운드와 홈플레이트 사이에서 상대 야수가 공을 잡아 1루로 송구할 때 홈과 1루 사이의 후반부, 즉 3피트 라인이 시작되는 지점부터는 라인의 바깥쪽으로 뛰어야 한다. 타자주자가 송구를 방해할 목적으로 라인 안쪽으로 달릴 수 있으니 아예 바깥쪽으로 달리도록 베이스러닝을 제한해 논란을 없애자는 게 취지다.
하지만 시즌 초 벌써 '규정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 송구를 정확히 어디서 했는가, 정말 송구에 방해가 됐는가, 타자주자가 홈-1루간 후반부를 의식하며 달려야 하는가 등 논란의 소지가 여러 군데서 발견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또 말이 나왔다. 4-2로 앞선 LG의 7회말 공격 무사 1,2루. LG 김민성이 희생번트를 대고 1루에서 아웃됐다. 그러자 배병두 주심이 김민성이 홈-1루간 주로 후반부를 라인 안쪽으로 달렸다고 판단, 타자주자에게 아웃을 선언하고 주자들을 원위치시켰다. LG 류중일 감독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달려나와 어필해 봤지만 규정은 규정이었다. 배 주심의 판단대로 김민성은 1루 라인 안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김민성의 베이스러닝이 타구를 잡은 두산 투수 윤명준의 1루 송구에 실제 방해가 됐을까. 윤명준이 1루로 던진 공은 달려가는 김민성과 1m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로 날아가 1루수 호세 페르난데스의 미트로 들어갔다. 김민성과 공 사이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사례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야구규칙 5.09 (a)(8)은 아웃이 선언되는 경우 중 하나로 '타자주자가 본루에서 1루 사이의 후반부를 달리는 동안 3피트 라인의 바깥쪽(오른쪽) 또는 파울 라인의 안쪽(왼쪽)으로 달려 1루 송구를 처리하려는 야수를 방해하였다고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를 명시하고 있다. 이 규칙에 준해서 올해 해당 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 규칙의 핵심은 주자는 라인 안쪽과 바깥쪽 모두를 달릴 수 있는데, 단 야수의 송구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새 규정이 타자주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타자주자는 1루를 바라보고 전력으로 뛰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상대 야수가 어느 지점에서 공을 잡아 던졌는지 뒤에 눈에 달리지 않은 이상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송구 지점을 감지할 수는 있으나, 의도적으로 또는 타이밍상으로 1루수가 잡기 불편하게 방해하기란 쉽지 않다. 설사 그럴 의도가 있다면 그건 규칙대로 심판원의 판단이 개입하면 되는 일이다.
KBO에 따르면 이 규정은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10개팀 감독자 회의에서 나온 얘기라고 한다. 야수의 부상을 방지하고 수비 방해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감독들이 KBO에 건의한 것이다. 김풍기 KBO 심판위원장은 "감독자 회의에서 얘기된 부분을 우리가 받아들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부 감독들은 "전훈 캠프나 시범경기에서 얘기로만 들었지 기준이 되는 사례를 영상이나 시뮬레이션으로 본 적은 없다"고 했고, 심지어 "KBO측으로부터 해당 규정을 직접 설명들은 기억이 없다"는 감독도 있었다.
그러나 어느 쪽에서 먼저 이야기된 건지는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새 규정 자체가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문제다. 주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 실제 방해가 일어나지 않았는데 공격팀에게 제재를 가한다는 점은 야구의 본질을 훼손하는 쪽에 가깝다. 야구규칙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서는 '심판원이 판단하였을 경우'라고 이미 나와 있다. 진짜 방해가 됐다고 판단하면 아웃을 선언하면 되는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