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과 2000년, 유럽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최근 유럽 주요 신문들의 빅클럽 이적설에 등장하는 선수 다수가 이 시기에 태어난 19세, 20세 선수들이다. 황희찬의 잘츠부르크 동료 공격수 엘링 홀란드(19), 손흥민의 전 소속팀 바이엘 레버쿠젠의 독일 대표 미드필더 카이 하베르츠(20)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추정 몸값은 8000만 파운드, 한화로 1000억원이 넘어간다. 리그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선수인 데다 클럽간 영입전이 펼쳐지면서 자연스레 몸값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2017년과 올해 십 대 나이에 각각 1억 유로 이상의 이적료를 기록한 킬리안 음바페(20·파리 생제르맹, 1998년생)와 주앙 펠릭스(19·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그리고 아약스에서 유벤투스로 이적한 고평가 수비수 마타이스 데 리흐트(20·유벤투스)의 영향도 있다. 세 선수가 20세 안팎의 젊은선수 가치를 더 올려놓았다는 분석이다.
이들 외에도 이탈리아의 희망으로 불리는 니콜로 자니올로(20·AS로마), 잉글랜드 테크니션 제이든 산초(19·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최근 프랑스 대표로 발탁된 폭탄머리 미드필더 마테오 귀엥두지(19·아스널), 브라질 윙어 비니시우스 주니오르(19·레알 마드리드) 등도 1999년~2000년생 원더키드다. 이들로 베스트 일레븐을 꾸리면 꽤 괜찮은 조합이 나온다. 특히 미드필드진과 공격진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자랑할 것 같다.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20·AC밀란)가 후방을 지켜준다면 금상첨화.
이들 다수는 2019년 'U21 발롱도르' 10인 후보에 올라 현존 '세계 최고의 21세이하 선수' 타이틀을 두고 다툰다. 성장세에 따라 차이가 나겠지만, 1998년생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음바페와 함께 향후 10여년간 유럽 무대를 지배할 게 유력시된다. 빅클럽들이 덜 여문 18~20세 선수에게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투자하는 이유다.
그 안에 2001년생 이강인(18·발렌시아)도 있다. 이강인은 이적료 1000억원을 찍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로 분류된다. 타 구단이 협상없이 영입할 수 있는 바이아웃 금액만 8000만 유로(약 1025억원)다. 지난 여름 FIFA U-20 월드컵 골든볼 활약을 통해 'U21 발롱도르' 10인 후보에 당당히 포함됐다. 국내에서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미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소속팀 감독이 현 셀라데스로 바뀐 이후에는 경기 출전수도 부쩍 늘어났다. 프리메라리가 데뷔골, 프리메라리가 첫 퇴장, 유럽챔피언스리그 데뷔전 등을 차례로 경험했다. 경험은 곧 실력이다.
이강인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전에 없던 케이스다. 십대 유럽파가 국가대표로도 뛴다. 그간 유럽파는 공격수, 수비수 포지션에 집중됐다. 이강인은 스페인 유소년들이 가장 선호해 경쟁이 극심한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홀란드, 하베르츠, 자니올로, 산초 등과 마찬가지로 유럽의 선진 유스 시스템 덕을 봤다. 국내에서 성장했다면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고민할 나이다. '유럽'이 정답은 아니지만, 어린나이부터 유럽 유스팀에서 체계적으로 성장을 했기에 특급 유망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함부르크 유스 출신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도 마찬가지다.
한편, 이강인은 6일(한국시각) 스페인 발렌시아의 캄프 데 메스타야에서 열린 2019~2020시즌 챔피언스리그 릴 OSC(프랑스)와의 H조 4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첫 UCL 선발 출전이었다. 이강인은 4-4-2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어로 나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전반 35분 헤더로 유효슈팅을 기록한 이강인은 후반 9분에 마누 바예호와 교체됐다. 팀은 4대1 대승을 거뒀다.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