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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주의 야구역학]'대세' 데이터 야구? 숫자보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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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야구가 유행을 넘어 대세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올 시즌 후 프로야구에는 4명의 신임 감독이 취임했다. 역대 최다.

공통점이 있다. 모두 데이터 야구를 표방한다는 점이다. 삼성 라이온즈 허삼영 감독은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데이터 강화, 1·2군 포지션 강화를 팀 재건 방향으로 설정한 KIA 타이거즈는 이를 실현할 인물로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맷 윌리엄스를 새 감독으로 영입했다.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신임 감독도 취임 일성에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에 기반한 경기운영을 하겠다"며 데이터 야구를 천명했다. 허 감독과 함께 키움에서 건너온 전력분석원 출신 노병오 투수코치와 윤윤덕 퀄리티컨트롤 코치도 데이터 야구의 핵심이다. 특히 윤윤덕 퀄리티 컨트롤 코치는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신설한 R/D(Research&Development) 팀의 분석 데이터를 현장에 접목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키움 히어로즈 손 혁 감독 역시 대표적인 데이터 야구를 표방하는 지도자다. 염경엽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데이터 연구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우리 팀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진야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이야기 했다.

최근 KBO리그를 관통하는 거대한 물줄기, 데이터 야구다. 깜짝 사령탑 발탁 기저에도 바로 이 '데이터 야구'가 깔려 있었던 셈이다.

데이터 야구 시대의 도래. 하지만 함정이 있다. 잘 쓰면 약이지만, 못 쓰면 독이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의미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에게는 숫자 나열에 불과하다. 데이터 야구가 단지 '구호'가 되는 건 지극히 위험하다. 이미 위험 징후가 보인다. 넘쳐나는 데이터 홍수 속에 그 의미를 모른 채 단지 추정치를 내놓을 뿐인 제품에 의존하며 과학적인 야구를 표방하고 있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이 알아야 하고, 사람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가 전달되는 현장에서는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의미 있게 쓸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데이터 전문가는 야구기술에 대한 지식조차 없이 투입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데이터를 접목시킬 사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선수의 개별적 운동능력과 근력 등 신체의 개별적 차이가 반영돼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천편일률적으로 적용되기 일쑤다.

운동역학은 운동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할 목적으로 역학적인 기본원리를 스포츠활동에 적용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생체역학은 살아있는 유기체(사람)의 움직임과 구조를 역학적인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현재 역학은 동작을 계측한 뒤 인체를 계측하고 내력(힘)을 추정한다. 현재의 과학으로는 신체 내부에서 작용하는 힘을 정확히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역동역학(Inverse Dynamics)으로 풀어낸다. 이는 동작분석시스템을 통해 동작을 계측하고 동작을 수행하는 인체를 알고 지면반력기(GRF)에서 나온 힘을 가지고 내력의 힘을 추정하는 과정이다.

역학을 배워야 할 첫 번째 대상은 운동을 가르치는 지도자다, 하지만 역학을 제대로 교육받은 지도자를 현장에서 만나기는 힘든 현실이다.

현재 데이터 야구는 역학 기반이 아닌, 통계 기반에 치우쳐 있다. 외국에서 들여온 측정장비는 선수의 몸이 아닌 선수의 퍼포먼스만 나열한다. 때문에 그 수치를 아무런 분석 없이 맹신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정확한 해석과 접목이 필요하다. 정작 중요한 과정은 생략된 채 자칫 무의미하고 왜곡된 결과만 전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투수의 평균 익스텐션(투수판에서 릴리즈하는 손까지의 직선거리)은 1m88.1이고, 평균 회전수는 2206rpm이다. KBO리그의 한 투수는 익스텐션 1m60, 평균 회전수 2500rpm이다. 회전수가 많다는 이유로 국내투수가 더 좋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그 국내 선수는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0.28m를 더 던져야 한다. 1년에 1만개를 던진다는 가정 하에 KBO리그 선수는 메이저리그 투수에 비해 한 시즌에 평균 2800m를 더 던져야 하는 셈이다.

각 선수마다 개별화된 신체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다. 왜 먼 거리를 던질 수 있는지, 왜 부상에 노출이 되는지, 아픈 곳이 없는데도 스피드는 왜 떨어지는지에 대한 분석은 몸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다. 동작분석을 통한 정확한 계측을 한 이후에 트레이닝을 통해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드는게 우선이다. 그 이후에 공 회전 같은 문제에 접근하는 게 순서다.

장비회사는 직접적인 동작분석을 할 방법과 기술력 없이 결과적인 데이터 제공을 통해 상업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갈수록 장비 업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추세다.

데이터 유출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각 팀들이 쓰는 간단한 장비들 조차 데이터를 공유하고 , 축적하는 업체가 있다. 현장에서 쓰고 있는 모 회사가 측정하는 모든 데이터는 본사인 미국과 공유되고 있다. 데이터 제공료는 못 받더라도 사용 비용을 낮춰야 하는 이유다.

국제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전에서 자칫 심각한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당장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출전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데이터를 미국 회사가 손바닥 들여다보듯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데이터도 중요하고, 과학과 테크놀러지도 매우 중요하다. 구단들은 앞다퉈 고가의 측정 장비를 구비하고 데이터 분석팀을 꾸리는 추세지만 정작 중요한 건 이를 다룰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데이터를 가장 잘 해석하고 활용할 수 있는 선수 출신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아카데미가 전무한 현실이 아쉽다. 투자가 있는데 미래는 없는 아이러니한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야구에서 데이터를 풀어야 할 장본인들은 바로 야구인들이다. 이들, 사람이 진정한 의미의 데이터 야구와 과학 야구를 현장에 구현할 때 비로소 한국 프로야구는 의미 있는 단계로 점프하게 될 것이다.

<KBO육성위원, 차 의과학대학교 스포츠의학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