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몸값 제대로 하는 1명이 낫다.'
최근 화제의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전주 KCC는 추가 외국인 선수 보강을 하지 않고 시즌을 치르기로 했다.
트레이드를 통해 '라건아+용병 2명'의 권리를 얻었지만 찰스 로드 외에 다른 용병 1명을 포기한 것이다.
트레이드 전 현대모비스처럼 '라건아+자코리 윌리엄스+이이라 클라크' 등 3명의 외인 체제로 갈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용병 1명을 추가해 전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것 같다. 하지만 KCC의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 머릿수보다 실속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같은 판단에는 '귀화선수' 라건아로 인해 달라지는 용병 샐러리캡(연봉상한선) 제도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KBL의 샐러리캡 규정을 기준으로 하면 라건아는 국내선수도 외국인선수도 아닌 '특수신분'이다.
라건아는 한국 국적이지만 국내선수 샐러리캡(25억원)은 물론 외국인선수 샐러리캡(2명 합산 70만달러)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라건아를 보유할 경우 외국인선수 샐러리캡은 총 70만달러에서 42만달러(1명 최대 35만달러)로 낮아진다. '프로=돈'이라고, 몸값 높은 만큼 급도 높은 선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라건아 보유로 인한 전력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KCC는 라건아를 트레이드하면서 기존 용병 체제(리온 윌리엄스+조이 도시)를 완전히 흔들 수밖에 없었다. 기존 70만달러 기준으로 맞춰놓은 용병 구성이었는데 라건아 영입으로 2명 합산 42만달러를 맞출 수 없었다.
여기서 KCC의 깊은 고민이 시작됐다. 리온 윌리엄스는 현대모비스가 원했으니 보내면 될 일이다. 윌리엄스의 대체 선수를 영입하면 되지만 2명 합산 42만달러 규정에 맞춰야 했다. 이른바 '헐값'에 찾아야 하는데 오겠다는 선수도, 데려올 수 있는 선수도 없었다. 조이 도시를 유지한 채 '값싼' 새 용병을 영입하자니 대상자가 없고, 조이 도시 1명으로 가자니 전력 보강 의미가 없는 형국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공격력 부족 때문에 교체를 검토했던 조이 도시까지 정리하고 아예 새판을 짜는 게 나았다. KCC는 다시 고민한 끝에 찰스 로드 1명으로 결정했다. 일종의 과감한 투자였다. 몸값 어중간한 2명으로 갈 수 있었지만 몸값이 좀 높더라도 한국농구를 잘 아는 로드가 실속이 있다는 판단이다.
더구나 용병 출전 제도가 달라져서 굳이 3명까지 보유할 필요도 없었다. 지난 시즌에는 2개 쿼터에 2명 출전이 가능했지만 올 시즌부터 매쿼터 1명 출전이다. 라건아가 여전히 건재하기에 체력 백업용 용병 1명을 더 보유하는 것보다 '몸값 하는 똘똘한 1명'이 나았다. 그가 바로 로드다. 이 때문에 KCC는 1명 보유 샐러리캡을 거의 소진하는 것도 감수하면서 로드를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의 용병 조합만 놓고 볼 때는 성공적이다. 한데 트레이드 이후 1승2패를 하면서 문제는 다른 곳, 국내선수들에게서 흘러나왔다. 라건아에 의존하면서 기존 KCC의 색깔이 희석된 것이다.
KCC는 "변화에 따른 적응기가 필요한 것 같다. 구단과 선수단 모두 비상체제처럼 대책마련에 전념하고 있다. 머지 않아 막강한 용병 효과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