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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도 등 돌린 정현식 해마로푸드 대표…프랜차이즈산업협회 회장 취임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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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스터치를 운영 중인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해마로푸드) 회장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수십 년을 동고동락한 직원들마저 등을 돌렸다. 정 회장이 지난 11월 해마로푸드를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이 발단이 됐다. 앞에선 본사와 가맹점주, 내부 직원의 행복을 내세우면서도 자신의 이익에만 치중하고 있는 듯 비춰지는 탓이다. 정 회장이 2000억원에 달하는 매각 계약 체결 이후 직원의 고용안정, 가맹점과 상생 방안에 대한 언급을 꺼리고 있다는 게 내부관계자들의 이구동성이다.

정 회장의 도덕성 논란은 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 취임으로도 옮겨붙고 있다. 사업 매각을 앞두고 협회장 선거에 나선 것은 협회 회원사에 대한 기망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모펀드에 매각 이후 고문으로 활동할 수밖에 없는 정 회장이 프랜차이즈업계를 대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게 이유다. 정 회장은 해마로푸드의 사모펀드 매각 일주일전인 10월 말 프랜차이즈산협회장에 당선된 바 있다.



▶1973억과 맞바꾼 상생, 내부 단체행동 본격화

해마로푸드가 운영 중인 맘스터치의 전국 11개 지사장들은 지난 12일 공동 호소문을 통해 고용안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해마로푸드 직원이 고용안정화 등을 내세우며 노조를 출범시킨 이후 두 번째 내부 단체행동이다.

맘스터치 전국 지사장들은 호소문을 통해 "11월 25일 정현식 회장은 본인이 직접 지정한 전국 지사장들과 면담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어떤 연락조차 없다"며 "본사 직원들의 노동조합 결성을 지켜보면서 가맹본사 수퍼바이저와 같은 일을 하는 지사 소속 60여명 직원에 대한 고용 안정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했다. 맘스터치 전국 11개 지사는 그동안 본사 해마로푸드와 계약을 맺고 평균 10년 이상 전체 매장의 70%에 해당하는 지역관할 880여 매장을 관리하며 본사 대행 역할을 해왔다.

11개 지사장들은 "맘스터치 매각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에서 가맹점과 직원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며 "직원의 행복과 발전을 회사의 최우선 순위임을 대내외 천명해왔던 오너였기에 상실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정 회장의) 급작스런 사모펀드 매각결정은 그간의 노력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수익 극대화가 속성인 사모펀드 운용사가 선임하는 경영진과 가맹점과의 상생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의견수렴 과정도 없이 이뤄진 독단적 결정은 그간 주장해왔던 상생과 거리가 먼 만큼 경영자로서 '도덕성'이 의심스럽다는 주장이다.

전국 11개 지시장들의 주장은 해마로푸드 매각 이후 내부직원들의 반발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해마로푸드는 지난달 5일 최대주주인 정현식 회장이 보유지분 5636만여주를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양도·양수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다고 공시했다. 주당 매각가격은 3500원으로 전체 매각대금은 1973억원 가량에 달한다. 최종 계약이 이뤄지면 해마로푸드의 경영권은 케이엘앤파트너스로 넘어가게 된다. 정 회장은 소액주주로 남으며, 회장직은 유지하지만 매각 지분은 모두 의결권이 있는 주식인 경영권에 개입은 불가능하다.

해마로푸드 내부 직원들은 사모펀드로 매각 공시 이후 한달만인 지난 3일 임직원들의 권익 보호를 노조를 출범,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프랜차이즈업계에서 노조가 결성된 것은 해마로푸드가 처음이다.

맘스터치 운용본부 수석부장인 박상배 해마로푸드 노조 지회장은 "(정 회장의) 느닷없는 사모펀드로 매각 결정에 직원들은 최소한의 설명이나 입장을 기다렸으나 해명이 없었다"며 "맘스터치라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위치로 끌어올린 것은 정 회장만의 전유물은 아니다"며 노조 설립 배경을 밝혔다. 회사 매각 과정에 대한 정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단체 행동에 나섰다는 얘기다.

특히 사모펀드의 본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게 해마로푸드 노조의 주장이다. 사모펀드는 빚을 내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 등 체질개선 과정을 거쳐 3~5년 내 비싼 가격에 재매각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투자자에 돈을 빌려 운영되는 만큼 사모펀드는 출구전략을 바탕으로 움직인다. 3~5년 뒤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인력과 비용을 감축하면서 운영진 교체와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 해마로푸드 노조와 전국 지사장 등 내부 임직원들이 '고용보장' 및 '운영 투명성' 등을 요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정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은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 다만 토종 프랜차이즈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임직원들에게 조차 매각 과정과 이후에 대한 내용조차 고지 하지 않은 것은 경영인으로서 도덕성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창립 멤버로서 주요 경영진들은 정 회장과 해마로푸드를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 마찰을 빚었던 만큼 이후 대화 단절 모습은 도덕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해마로푸드 내부 한 관계자는 "아직 최대주주가 변경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위해 자사 임원을 해마로푸드 총괄부사장으로 임명, 조직장악을 위한 물갈이 차원에서 우회적으로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며 "단체교섭 등의 권리를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마로푸드 측은 내부 반발이 계속되자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고용안정과 처우 보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분 매각 이후 한 달여 만의 일이다. 해마로푸드 측은 "직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업무 환경 조성은 물론, 변화와 혁신에 있어 직원들의 협조와 양해를 구하며 협력 업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가맹점 운영 등의 일말의 피해가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도덕성 논란' 프랜차이즈협회 회장직에 불똥

정 회장의 도덕성 논란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프랜차이즈협회)로도 옮겨 붙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국내 최대 프랜차이즈 경제단체로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업자간 상생 및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정 회장은 지난 10월 29일 프랜차이즈협회 회장 선거에서 돈까스클럽을 운영하는 이규석 일승식품 대표를 제치고 7대 회장으로 선출, 지난 16일 취임식을 통해 프랜차이즈협회장직을 맡게 됐다. 임기는 2020년 1월1일부터 3년간이다.

그러나 정 회장에 대한 프랜차이즈업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선거가 불공정했다'고 주장하는 투서까지 프랜차이즈협회와 회원사들에게 전달됐다. 투서는 해마로푸드 내부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모펀드에 매각을 앞두고 프랜차이즈협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프랜차이즈업계에 대한 기만행위인 동시에 투표시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중대한 보고사항 위반이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업계 일각에선 내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인사가 국내 프랜차이즈를 대표하는 단체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표하고 있다.

회장 후보 자격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마로푸드의 등기증명서상 대표이사와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정보공개서 상 정 회장의 이름은 없다. 해마로푸드의 등기증명서 상 대표이사는 전명일로 되어 있다. 전명일 대표는 해마로푸드의 창립 멤버다. 정 회장은 2016년 9월21일 취임한 뒤 2017년 11월 30일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2017년 11월 30일 이후 정 회장은 해마로푸드의 창업자, 대주주로서 로서의 역할만 한 셈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등기부등본과 정보공개서에 정 회장의 이름을 올려놓은 사람을 정회원으로, 나머지는 준회원과 특별회원, 명예회원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협회는 회장 선거 기준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정회원에 한정할 경우 자격 논란이 일 수 있다. 프랜차이즈협회 측은 4대 회장 선거 당시 회장 후보가 정회원 자격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후보 자격을 박탈한 바 있다.

프랜차이즈협회 관계자는 "정 회장은 창업주인 동시에 해마로푸드 매각 이후에도 5%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프랜차이즈협회 회원"이라며 "내부 검토 결과 협회장 후보 자격과 회장 회장직 유지 등도 문제의 소지는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해마로푸드가 상장사인 만큼 정 회장이 회장 선거 출마 당시 매각 사실을 알리면 공시위반이 됐다"며 "개인의 도덕성이 문제가 될 수는 있지만 당시 선거 절차 상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밝혔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