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당장 내년부터 포스트시즌 제도가 큰 폭으로 달라질 수 있다. 왜 이런 변화를 시도하게 됐을까.
KBO리그 10개 구단 단장들이 모이는 실행위원회는 지난주 1박2일 워크숍을 가졌다. 시즌 중에도 종종 만나 머리를 맞대지만, 시즌을 마치고 이틀 동안 함께하는 자리인만큼 리그 현안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수 많은 토론 주제 가운데 단장들이 1차 합의를 마친 주제가 바로 포스트시즌 제도 변경이다. 현행 포스트시즌은 4위-5위팀간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준플레이오프(와일드카드 결정전 승자-3위팀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준플레이오프 승자-2위팀 5전3선승제), 한국시리즈(플레이오프 승자-정규시즌 우승팀 7전4선승제)가 차례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3~5위팀이 1~2위팀보다 구조적으로 많은 경기를 치르게 되긴 하지만, 정규 시즌 우승팀의 장점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또 상위팀의 홈 어드밴티지도 적다. 대표적으로 한국시리즈의 경우, 정규 시즌 우승팀 구장에서 1~2차전, 플레이오프 승리팀 구장에서 3~5차전을 치르고 6~7차전을 다시 정규 시즌 우승팀 구장에서 치른다. 그러다보니 정규 시즌 우승팀이 빠르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결정지을 경우 홈 구장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행위원회가 합의한 내용 중 핵심은 '상위팀에 어드밴티지를 주자'는 것이다. 경기수도 대폭 늘어난다. 3위팀이 정규 시즌에서 2위팀과 승차를 2경기 이내로 좁힐 경우 준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안고 시작하고, 2위팀이 1위팀과 승차 2경기 이내로 마칠 경우 플레이오프에서 1승을 안고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상위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확률이 높아진다.
또 현행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가 '3선승제(5전)'인 것과 달리, 바뀐 제도가 시행되면 '4선승제(6전, 혹은 7전)'로 바뀐다. 사실상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모두 최대 7경기를 치르게 된다. 올해 포스트시즌에 적용하면 정규 시즌 2위팀인 SK 와이번스가 1위팀 두산 베어스와 승차 없는 2위이기 때문에 1승을 안고 키움 히어로즈와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치렀을 것이다. 실제로는 키움의 3승으로 끝났지만, 바뀐 제도를 적용할 경우 1승3패에서 5차전을 치러야 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변화를 주기로 했다.
또 정규 시즌 우승팀에게는 '홈 어드밴티지'를 확대한다.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 5~7차전이 모두 1위팀 홈 구장에서 열리게 된다.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내년 1월초 실행위원회가 다시 모여 합의 내용을 확인하고 실행안을 올리면, 1월말에 열릴 KBO 이사회에서 통과가 돼야 확정이다. 이사회에서 반대를 하면 무산되고, 내용을 일부 수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시도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 단장들은 실행위원회에서 프로야구의 위기에 공감하고,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팬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포스트시즌 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떻게든 팬들의 시선을 KBO리그에 붙잡아 두기 위해 흥행 관심도가 가장 높은 포스트시즌 제도 개선에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제도에 대한 다양한 반대 의견들도 대두되고 있다. 내년 포스트시즌은 큰 변화를 맞게 될까. 아니면 기존 틀을 유지하게 될까. 변화의 기로에 서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