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SC현장] 봄여름가을겨울, 故 전태관 위한 33년만의 레전드 '동창회'(종합)

by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전설'이 다시 뭉쳤다.

봄여름가을겨울이 다시 뭉쳤다. 봄여름가을겨울은 2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더 노라 스테이지 와이에서 '봄여름가을겨울 리유니언(Re:union) 빛과 소금(이하 리유니언)'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었다.

김종진은 "1년 전부터 준비한 앨범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위대한 드러머 전태관이 세상을 떠난 뒤 그를 기리는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음악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라 결국 음악으로 발표됐다. '리유니언'은 '동창회'라는 뜻이 있다. 내심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대하고 있다"고, 박성식은 "후암초등학교 동창들이다. '리유니언'이란 타이틀이 더 의미가 깊은 것 같다"고, 박성식은 "김종진이 '친구와 우정을 지키는 방법'을 발표하고 공연을 할 때 우리가 게스트로 참여했다. 전태관이 있었다면 좋을텐데 아쉽다는 얘기를 했다. 그런데 김종진이 3주 전 작업해야 하니까 스케줄을 비우라고 하더라. 김종진의 벼락같은 호출에 의해 작업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리유니언'은 1986년 고 김현식의 밴드 봄여름가을겨울로 함께 출발선을 밟은 김종진 장기호 박성식이 긴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한 자리에 모여 자축하는 의미로 만든 앨범이다. 봄여름가을겨울은 김종진 전태관 유재하 장기호 박성식 김현식이 만든 밴드다. 그러다 1988년 김종진과 전태관의 2인조 밴드로 재편됐으며, 팀을 탈퇴한 장기호는 박성식과 1990년 밴드 빛과 소금을 결성했다. 그런 이들이 20여 년만에 다시 뭉쳤다는 것 만으로도 '리유니언'은 특별하다. 특히 이번 앨범은 지난해 신장암 투병 끝 세상을 떠난 고 전태관의 기일인 27일 발매돼 그 의미를 더한다.

김종진은 "1986년 이후 한 스튜디오에 음악을 하기 위해 만난 적이 없었다. 서강대학교 앞 스튜디오를 잡았다. 1950년대 오래된 악기를 갖추고 있기도 하고 전태관이 졸업한 학교 앞이기도 했다 .처음엔 무턱대고 연주를 했는데 33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33년 전 연주했던 그 느낌 그대로 잘 맞아 떨어졌다. 그러다 기호 형이 '너무 행복하다. 뮤지션이 악기로 얘기하는 게 이런 기분이라는 걸 오랜만에 느꼈다'고 했다. 빛과 소금은 한국 음악계를 만들어왔다. 교육에 전념하다 보니 스튜디오 작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 스튜디오에 들어오면서 녹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죽는 소리를 계속 했다. 첫 녹음을 하고 집에 가서 들어봤는데 다 거짓말이었다. 초절정고수였다. 장기호는 보컬의 신선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전했다.

박성식은 "신혼여행을 갔을 때의 설레는 느낌이었다. '행복해야 해요'를 친구에게 들려줬는데 노래를 이렇게 힘들게 부르는 사람은 처음봤지만 신선하고 진심이 느껴졌다고 했다. 이번 곡을 준비하면서 김종진의 보컬을 염두에 두고 맞춤곡으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고, 장기호는 "젊을 때는 티격태격 말이 많았는데 지금은 서로 이해하는 차원으로 관계가 바뀌었다. 너무 행복했다. '나는 가수다' 자문위원을 하며 나는 노래하면 안되겠다는 걸 느꼈다. 대신 노래를 못 해도 얼마든 공감을 줄 수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김현식이라는 걸출한 보컬이 있었는데 봄여름가을겨울에서 보컬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안했다. 처음 종진이가 노래를 했을 ‹š 웃었다. 그런데 이제 그것이 받아들여졌다는 건 대단한 거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에는 김종진이 만든 '동창회', 장기호의 '난 언제나 널', 박성식의 '행복해야 해요' 등 세 곡과 '보고 싶은 친구', '오래된 친구' 등 리메이크곡 까지 총 5곡이 담겼다. 30년 전 아날로그 레코딩과 최신식의 디지털 녹음 방식을 정교하게 배합, 과거의 정서를 고스란히 환기시키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덧입혔다. 어덜트 컨템포러리 장르의 정수에 따뜻한 위로를 녹여낸 이번 앨범은 33년의 시간을 함께 걸어온 리스너들에게 최고의 찬사이자 선물이 될 전망이다.

김종진은 "김현식의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느낌의 앨범이다. 오전에 전태관에게 다녀오는 길에 앨범이 공개됐다. 다섯 곡으로 우리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계속 돌려 듣게 됐다. 듣기 좋아야 계속 돌려 듣게 된다. 우리도 그랬다. 연주하기 좋은 음악보다 듣기 좋은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우리의 장점을 생각해봤다. 요즘 노래에는 없는 요소들, 우리가 살아온 그 시대의 것들이 오롯이 담겨있다는 거다. 음악 황금기의 소리와 표현법, 레트로 감성, 그리고 낭만이 담겨 있어서 자신있게 선보이게 됐다. 이번에 작업하며 빛과소금은 음악가의 순혈주의가 있다는 걸 느껴서 가슴이 찡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할 수 없는 달콤함을 음악에 빛과 소금이 발라주니 꿀이 흐르는 느낌이었다. 내가 쓴 '동창회'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정반대에 있는 곡이다. 죽음에 관한 곡이다"고 밝혔다.,

장기호는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의 색을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초반에 갈등은 있었지만 지금와서 보면 잘 어우러진 것 같다.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퀄리티는 나온 것 같다. 6~7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이라 60년대 이후 음악적 요소가 잘 섞여있다. 아날로그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을 할 때 김종진과 여러가지 면에서 굉장히 싸웠다. 종진이의 계획을 듣고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했다. 그래도 함께 했던 사람들 중 세 분이 떠났기 때문에 다 없어지기 전에 뭔가 해야된다고 생각해서 동의했다. 나름 자기 분야에서 음악생활을 수십년 거치며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다. 그런 부분을 서로 존중했다. 절제, 한호흡 늦게 가는 법,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법을 생각하며 음악적 견해를 넓혀간 소중한 시간이었다. 우리 음악을 듣고 멀리 떨어진 이들이 재회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박성식은 "한 가지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전태관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무 아쉬웠다. 객원 드러머를 썼지만 작업 내내 마음 한켠에서 서운하고 보고싶고 그리운 느낌들을 계속 가졌다. 이번 앨범은 각 악기의 음색이 아주 담백하게 울리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최대한 원 소스가 잘 표현될 수 있게 작업했다. 지금 2~30대가 흉내낼 수 있는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게 우리의 큰 장점이다. 수학적으로 이론과 코드 진행에 의존하지 않고 팝의 르네상스 시대에 살았던 감성이 있다. 그 감성이 끝까지 살아남는 감성일 거다. 대한민국을 사는 모든 분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행복해야 해요'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의 무수한 히트곡 중 '보고 싶은 친구'와 '오래된 친구'를 선택해 리메이크 한 이유에 대해 장기호는 "태관이와 현식이형, 재하들에게도 우리 아직 너희를 생각하고 있다는 음악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차원이라고 생각했다"고, 김종진은 "행복도 친구도 빼앗아 가는 시대다. 친구가 너무 그립다. 그래서 그 곡에 가장 손이 먼저 갔던 것 같다. '보고 싶은 친구'는 원래 유재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유재하에게 바치는 곡이었다. 그런데 그 곡을 선곡하고 기호 형이 보컬을 했다. 태관 생각이 나서 부르지 않았을까 한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봄여름가을겨울에게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김현식이다.

김종진은 "재하가 떠나고 현식이 형이 떠나고 태관이가 떠났을 때 하늘은 천재를 빨리 데려간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남았다는 생각을 하고 자존감이 낮아졌다. 그런데 형들을 만나고 나서 엄청난 대가들이 남아있는 걸 보고 자존감을 찾았다. 태관이와 형식이 형 얘기를 많이 했다. 정말 말도 안되는 천재라는 얘기를 했다. 우리를 불러놓고 기타를 마구잡이로 치며 '음악은 수학이 아니다. 형 처럼 해'라고 했다. 현식이 형이 떠나고 15년쯤 지나고 난 뒤에서야 형이 했던 말이 이해가 갔다. 시간이 더 지나며 음악 이렇게 하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고, 박성식은 "김현식과 봄여름가을겨울을 시작하며 음악을 시작했다. 의외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음악을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봄여름가을겨울과 빛과소금으로 나뉘어서도 쭉 활동하게 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장기호는 "김현식과 함께 한 시간은 1년 반이지만, 우리 음악에는 큰 영향을 미쳤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시간이었다. 처음부터 너무 훌륭한 음악가와 음악을 했던 게 지금까지 봄여름가을겨울이 계속해온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봄여름가을겨울은 27일 낮 12시 '리유니언'을 발표했다.

김종진은 "방송 출연 러브콜도 많았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서 제대로 하고 싶다고 형들이 말했다. 이 시대에 진짜 음악도 오래 남을 수 있다는 걸 음악으로 보여주자는 얘기를 듣고 망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몇년 동안 이런 앨범을 접하기 쉽지 않으셨을 거다.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면 정규앨범, 전국투어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장기호는 "오래 강의만 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연습해서 무대에 올라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성식은 "예능을 안하는 이유는 우리가 아날로그 개그를 하면 많은 분들이 직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눙쳤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 , 사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