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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靑運]트레블링,3초...'알쏭달쏭'농구룰, 현역심판쌤께 직접 배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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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8시 서울 강북구 번동중 체육관, 20여 명의 남녀 중학생들이 신명나는 발놀림으로 몸을 풀었다. 눈발이 흩날리는 겨울, 눈도 잘 떠지지 않는 토요일 아침 풍경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기가 넘쳤다.

번동중 학교스포츠클럽 지도교사, 오경태 체육부장은 "원래 더 많은데 독감 걸린 학생들이 있어 몇 명은 빠졌다"며 연신 아쉬워했다. 지도교사가 끌고 가는 수업이 아니었다. 번동중 입학 후 매일 아침 7시50분부터 8시20분까지 '30분 아침농구'는 아이들의 일상이자 습관이 됐다. 주장의 구령에 맞춰 정해진 루틴대로 준비운동을 하며 스스로 수업을 착착 준비했다.

이날은 2019 학교스포츠클럽대회 학생 농구심판 양성교육 2회차. 번동중 수업에는 김청수 국제심판 겸 상임심판과 한그루 공인 심판이 함께 했다. 올해 처음 시도한 학생심판 교육에 대한 학교 현장의 호응은 뜨겁다. 대한체육회가 주최하고 대한민국농구협회(KBA)가 주관하는 수업은 '현역심판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직접 학교스포츠클럽, 교내리그에서 학생 심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4차례 교육 후 수료증도 발급한다. 스포츠 활동에 소외된 학생들에겐 참여 기회를 부여하고,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전문성 향상 및 진로 모색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올해 7~12월 전국 초중고 18개 교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학생 농구심판 수업 엿보기

"15번!" 김청수 심판의 구령에 학생들이 "15번!" 번호를 복창하며 오른손으로 주먹, 왼손으로 다섯손가락을 좍 펴보였다. 이날 학생심판 교육은 파울을 범한 선수 등번호를 표시하는 핸드 시그널(수신호) 복습부터 시작했다.

학생들이 등번호 수신호에 익숙해진 후 심판 실전 수업이 이어졌다. 파울선수 번호를 본부석 기록원을 향해 표시한 후 '트레블링' '더블드리블' '홀딩' '푸싱' '3초 위반' '5초 위반' '8초 위반' 등 파울의 종류를 외치며 수신호로 명시한 후 검지-중지 두 손가락으로 절도 있게 공격 방향을 가리키는 연속과정을 연습했다.

의외의 난관은 웃음이었다. 구르는 낙엽에도 웃음보가 터진다는 10대 소녀들의 포청천 수업, 어색함과 수줍음은 이내 '꺄르르' 웃음으로 전이됐다. 순간, 김 심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자, 웃지 말고! 여러분, 경기 때 웃는 심판 봤어요? 심판은 당당하고 뻔뻔해야 돼요."

김 심판은 한국 최초의 3대3 농구 국제심판이다. 2002년 심판의 길에 들어선 후 2005년 데뷔해 2012년부터 국제심판으로 활동해왔다. 인천아시안게임 현장에서 활동했고, 지난 8월, '인천 4개국 국제농구' 한국-리투아니아전 심판으로 활약했다. 김 심판은 학생심판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역설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농구 심판과 룰에 대한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KBA에서 검증된 상임심판, 국제심판을 학교에 파견하는 이유"라고 했다. "학생들이 농구는 좋아하지만 심판이나 룰은 생소하다. 심판 역시 농구의 중요한 부분이고 향후 직업이나 진로가 될 수 있다. 주목받지 못하고, 때론 욕도 먹는 자리지만, 농구의 한 구성원으로서 누구보다 현장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향후 심판의 길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심판으로서 필요한 자질과 방법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심판은 무엇보다 당당하고 정확해야 한다. 때론 뻔뻔함도 필요하다. 전문심판이 되기 위해선 체계적 교육후 필기-실기 시험을 통해 1급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17세부터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고 19세부터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판 양성교육을 받은 고등학생들의 경우 강습회에도 참여하고 3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하더라"며 보람을 전했다.

▶현역 농구심판에게 직접 배워보니…

학생심판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높았다. 1학년 주장 김서원양(13)은 "수업시간과 교내리그에서 저희가 농구경기를 진행할 때 오늘 배운 심판 교육 내용을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체육교사가 꿈인 3학년 신민성군(15)은 "농구를 하면서 매사에 자신감이 붙었다. 심판 수업을 통해 경기를 하면서 몰랐던 규칙을 확실히 배우게 돼 실전에서 실수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교육의 효과'를 설명했다.

토요일 아침 8시, 늦잠의 유혹을 뿌리치는 일이 힘들진 않았을까. 학생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1학년 류현서양(13)은 "전혀 힘들지 않다. 심판 교육은 우리가 스스로 배우고 싶어서 오는 거니까, 당연히 다들 기분 좋게 일어났다"고 씩씩하게 답했다. 번동중 스포츠클럽 아이들은 농구도, 인터뷰도, 태도도 적극적이고 주도적이었다. 이들의 스승인 오경태 교사는 지난해 길음중에서 전국스포츠클럽 농구 우승을 이끌고, 스포츠조선 학교체육대상(여학생체육 활성화 부문)을 수상한 젊고 열정적인 체육교사다. 자기주도형 체육수업을 중시하는 오 교사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농구 기능과 전술을 가르치지만 실전에선 아이들이 룰을 몰라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현역 심판들에게 직접 배우는 이런 기회를 통해 룰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아이들의 집중도가 매우 높다"며 현장의 호응을 설명했다.

체육관 벽면엔 1학년 반별 농구 기록지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오 교사는 "우리 번동중은 수업시간과 점심시간 교내리그에서 학생들이 직접 농구 심판을 보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선수, 기록원, 심판 등 각자의 역할을 갖고 농구 수업에 참여한다"고 소개한 후 "앞으로 각 학교에서도 이런 활동이 정착될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 같은 학생심판 교육이 큰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4시간의 수업 후, "오늘 배운 심판 수신호 한번 해볼까요?" 사진기자의 요청에 농구소녀들이 '와!' 반색했다. "야, (얼굴에) 철판 깔고" "더 뻔뻔하게!" 서로를 독려하더니 일사불란하게 두 손가락으로 공격 방향을 가리켰다. 웃음기를 싹 지운 엄숙, 진지, 근엄한 무표정 포즈에서 제법 학생심판 태가 났다. 번동=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