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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스토리]'합치면 300㎞' 두산의 바뀐 전략, 초강속구 원투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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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초강속구 원투펀치의 탄생.

두산 베어스는 지난 2년간 조쉬 린드블럼-세스 후랭코프와 함께했다. 성과는 좋았다. 어느정도 검증이 끝났다고 생각한 린드블럼은 잠실구장과의 시너지를 발휘하며, 다양한 변화구 그리고 플라이 유도 능력을 적절히 조화한 노련한 '에이스'로 거듭났다. 후랭코프 역시 마지막에 휘는 커터와 체감이 더 위력적인 구위로 활약했다. 2018시즌에는 후랭코프가 다승왕을, 2019시즌에는 린드블럼이 다승왕과 정규 시즌 MVP를 차지하며 두산의 선두 질주를 이끌었다.

몸 상태가 불확실한 후랭코프와의 어쩔 수 없는 결별은 일찍 확정됐지만, 린드블럼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변수였다. 린드블럼은 최대한 안정적인 보장을 받으며 두산과 재계약 하길 원했고, 두산도 이에 여러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에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이 폭주했다.

여러 구단이 KBO를 통해 린드블럼의 신분 조회를 하고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두산은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이번만큼은 찔러만 보는 식의 관심이 아니라 실제 영입의사가 매우 커보였다. 머니 게임으로는 메이저리그 구단을 절대 앞설 수 없기 때문에, 에이전트와 협의 끝에 두산은 보류권을 포기하면서 린드블럼을 풀어줬다. 린드블럼은 결국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옵션 포함 1800만달러(약 211억원)에 계약했다.

다음 대처가 더 중요했다. 두산은 빠르게 다음 상황을 준비했다. 대체 리스트를 살펴보던 가운데, 뉴욕 메츠에서 A 선수가 40인 로스터 제외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몇몇 구단이 A 선수에 관심을 보이는 사이, 두산은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A 선수보다 로스터 제외 가능성이 더 희박해보였던 크리스 프렉센이다. 신체 조건, 투구 매커니즘 모두 좋은 프렉센은 메츠가 절대 로스터에서 빼지 않는 유망주 투수였다. 그런데 프렉센이 최근 2년동안 빅리그 콜업 기회를 살리지 못하자, 메츠가 드디어 로스터에서 제외했다. 기다리던 두산은 곧바로 프렉센 측과 접촉했다. 그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생각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계약이 성사됐다. 두산은 프렉센과의 계약을 '행운'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후보는 라울 알칸타라. 지난 시즌 KT 위즈에서 뛴 투수다. KT는 고민 끝에 알칸타라가 아닌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택하면서 재계약 대상으로 묶지 않았다. 두산은 알칸타라를 지난 시즌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투수친화형 잠실구장에서 이정도 빠른 공이라면 훨씬 위력적일 것이라는 판단이 결정적이었다. 알칸타라는 지난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이 150.5㎞였다. 앙헬 산체스와 더불어 리그 최고 구속이다. 직구 최고 구속이 150㎞을 넘는 투수가 요즘에는 흔하지만, 평균 구속이 150㎞을 넘기는 쉽지 않다. 또 풀타임 시즌을 치르는동안 시즌 초반과 후반의 구위가 분석상 별 차이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 봤다.

물론 알칸타라의 제구가 예리하지 않고, 결정구가 없는 게 약점이라는 것도 알고있다. 하지만 평균 150㎞이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결정구까지 완벽하게 던졌다면, 한국에서 뛸 이유가 없다. 두산이 조금도 주저하지 않은 이유다. 두산 외 다른 구단도 알칸타라 영입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최종 선택은 두산이었다. 잠실을 홈으로 쓴다는 장점 그리고 우승에 도전해볼만 한 팀 전력, 특히 '이적 성공' 모범 사례인 린드블럼 케이스가 알칸타라의 마음을 움직였다.

프렉센-알칸타라는 린드블럼-후랭코프와는 스타일이 다르다. 강속구로 윽박지르는 유형이라는 컨셉이 확실하다. 알칸타라 뿐 아니라 프렉센도 150㎞ 중후반대 빠른 공을 던진다. 타점도 높다.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2년동안 '에이스'로 활약한 린드블럼과의 작별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마운드 위에서 린드블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매우 뚜렷했고, 두산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려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쿨한 이별을 했다고 해도, 검증된 리그 최고 선발 투수가 사라진 것에 대한 불안감은 분명히 공존한다. 그래서 전략을 바꿨다.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이 바로 프렉센과 알칸타라의 어깨에 걸려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