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두산 베어스 오재일은 '오마산'이라는 재미있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팀 동료들도 웃으며 놀릴 정도다.
싫지만은 않은 이유가 그가 정말 마산 원정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작년부터 시작됐다. 오재일은 지난해 창원 원정 7경기에서 무려 타율 5할3푼8리(26타수 14안타)를 기록했다. 홈런 5개까지 곁들였다. 홈인 잠실구장에서는 70경기를 뛰면서 4홈런을 친 것에 비해 창원에서는 7경기에 5홈런을 쓸어담았다. 물론 창원에서만 성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대전(0.414) 대구(0.321) 부산(0.348) 등 지방 원정 경기에서 유독 강했던 오재일이다.
이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오재일은 올해 부산 원정 3경기에서 타율 5할7푼1리(14타수 8안타) 2홈런, 창원 원정 3경기에서 타율 4할(10타수 4안타) 2홈런으로 펄펄 날았다.
특정 구장에서 유독 강한 선수는 오재일 말고도 드물지 않게 찾을 수 있다. NC 이재학은 통산 한화전에서 유독 강하다. 2015년부터 한화만 만나면 좋은 결과를 내더니 지난해에는 한화전 5경기에서 5전 5승을 거뒀다. 대전 구장 성적도 2승무패 평균자책점 3.27로 시즌 성적보다 비교적으로 좋았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 지난 7일 한화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개막 후 최고 호투를 펼쳤다.
감독들은 자신감을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NC 이동욱 감독은 "심리적인 부분 아닐까싶다. 선수들의 기술력 차이는 크지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처음에 우연히 시작되면 이후부터는 두려움이 없어진다. 오재일도 그렇고 우리팀 이재학도 그렇고 결국 두려움 없는 선수가 잘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이 반복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의 의견도 같았다. "그만큼 자신이 있고 집중력이 좋다는 것"이라면서 오재일의 경우에는 구장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김태형 감독은 "우리팀 선수들 같은 경우에는 잠실이 워낙 넓고 외야가 멀리 느껴지다가 지방에 조금 더 (외야펜스가)짧은 구장에 오면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 부분도 자신감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창원=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