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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마저 잃었다, 2020년 FC서울의 '새드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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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 '새드 엔딩.'

한때 명문 구단으로 불렸던 FC서울이 마지막까지 총체적 난국을 드러내며 2020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30일, 비보가 전해졌다. FC서울의 수비수 김남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 향년 31세.

경찰에 따르면 김남춘은 이날 오전 8시 20분쯤 서울 송파구 한 건물의 지상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개인사에 의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축구계를 충격에 빠뜨린 비극. 구단 관계자는 "전날 오전까지 재활 훈련을 소화했다. 당혹스럽다. 유서도 따로 발견된 것이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 이별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신호'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닌 모습이다. 선수단 내부에서 "생전에 고인이 개인적 문제로 힘들어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신호를 제대로 알아채지 못했기에 안타까움의 무게는 더욱 크다.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 다수의 구단이 시행하는 심리 상담 체계도 제대로 없었다(한국프로축구연맹은 멘탈 코칭을 구단 자율에 맡기고 있다). 일각에서 "개인 문제지만 개인사로만 치부할 수 없다"고 말하는 이유다.

선수마저 떠난 FC서울의 2020년. 시작부터 끝까지 웃지 못했다. FC서울은 시즌 전 '프랜차이즈 스타' 기성용의 복귀 과정에서부터 각종 난맥상을 드러냈다. 개막 전 일부 선수의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규정 위반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개막 뒤에도 문제는 계속됐다. FC서울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관중으로 시작한 홈 개막전에서 경기장을 채우려 앉힌 마네킹이 성인용품으로 알려지면서 징계를 받았다. 안팎으로 뒤숭숭한 상황에서 성적마저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서울을 이끌었던 최용수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김호영 감독대행 마저 9경기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박혁순 코치가 감독대행의 대행이라는 비정상적 구조로 리그를 마무리했다. FC서울은 8승5무14패(승점 29)를 기록하며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2018년 이후 불과 두 시즌 만에 또 다시 파이널B로 주저앉았다.

선장도 없이 표류하던 FC서울.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재개 전 감독 선임에 나섰으나 이마저도 번번이 '헛발질'했다. 그레이엄 아놀드 호주축구대표팀 감독 등 국내외 굵직한 사령탑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결과는 '결렬'이었다. 박진섭 광주 감독 영입 시도설과 관련해서도 대대적인 망신만 초래했다. 성적은 파이널B, 행정은 아마추어나 다름없었다.

악재는 끊이지 않았고 동고동락했던 선수마저 잃었다. 그동안 함께 뛰었던 선수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고인을 기렸다. 10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전 추모에서는 선수들이 오열하기도 했다.

투자에서부터 선수단 관리까지. 올 시즌 내내 '물음표'만 남긴 FC서울. 구단 운영에 대한 근원적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FC서울은 과거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이었다. 탄탄한 스쿼드에 한 발 앞선 마케팅을 묶어 K리그 인기 구단으로 불렸다.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아낌없는 지원을 등에 업고 K리그를 호령했다. 허 회장은 지난 1998년 구단주를 맡은 이후 매년 전지훈련장을 방문하는 등 남다른 '구단 사랑'을 뽐내왔다. '오너'가 앞장서 구단을 챙기는 모습은 타 구단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기류가 달라졌다. 구단 운영을 총 책임지는 우두머리가 바뀐 뒤 '빅 클럽'의 지위를 스스로 내려놓은 모양새다. FC서울은 지난 2017년 말 장기주 사장이 물러나고 엄태진 사장 부임 뒤 본격적으로 하락세를 걸었다. '프런트와 현장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퍼져 나왔다.

팬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다. 지난달, FC서울을 응원하는 '수호신'은 SNS를 통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 배너가 구단측의 제지로 빠졌다'고 전했다. 팬들의 메시지를 구단이 일방적으로 해체해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FC서울은 올 시즌 'THE SEOULDAUM(더 서울다움)'을 외쳤다. 힘찬 외침과 달리 2020년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부실한 구단 운영 실태만 증가했다. 감독과 선수, 팬들의 기대감까지. 명가의 몰락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한 것이 아니다. 골든타임을 놓쳐버린 예고된 참사였다.

허 회장은 지난해 말 GS그룹 회장 임기를 2년 남기고 '아름다운 용퇴'를 선택해 재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한데 허 회장의 용퇴를 전후해 FC서울이 과거의 명성을 급격하게 잃어버리자 'GS가 이제 축구에 대한 애정에서도 용퇴하려는 것이냐'는 우려감이 확산되는 형국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FC서울에게 2020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이제 결산보고서를 작성해야 할 시기를 맞았다. 그동안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주 등장한 '이럴거면 GS는 축구에서 손떼라'는 일침을 흘려들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