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2020시즌을 앞두고 여러 변화를 시도했다.
그중 눈에 띄었던 것은 백업 선수들의 활용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김민수는 3루수 자리에서 꾸준히 테스트했고, 내야수 강로한은 외야수로 전향했다. 취약한 내야 보강과 빠른 발에 맞춰진 외뱌 수비 트렌드에 맞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시즌 전까지 꾸준히 테스트를 받았고, 가시적인 성과물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들이 1군에서 보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김민수는 고작 3경기, 강로한은 16경기를 뛴 게 전부다. 김민수는 6월 16~17일 이틀간 1군에 출전한 뒤 10월 28일이 돼서야 복귀했고, 그게 끝이었다. 강로한은 대부분의 출전이 교체였다. 시즌 전 롯데가 그린 로드맵과는 동떨어진 결실.
경쟁 구도가 녹록진 않았다. 3루수 자리엔 한동희, 중견수 자리엔 정 훈이 버티고 있었다. 앞선 두 시즌 동안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았던 한동희는 꾸준히 출전하면서 잠재력을 결과물로 바꿔놓았다. 정 훈은 중견수뿐만 아니라 1루수 플래툰, 리드오프까지 여러 역할을 수행하던 터였다. 롯데가 5할 승률을 오가던 상황이나 경쟁 구도 등 여러 면에서 김민수 강로한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시즌이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경험-스텟 축적에 초점을 맞췄다. 허 감독은 "1군에서 벤치에 앉는 것보다 2군에서 꾸준히 출전하는 게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김민수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71경기서 타율 3할2리(255타수 77안타), 9홈런 55타점, 출루율 0.402, 장타율 0.467의 기록을 남겼다. 남부리그 타점상이라는 결실도 맺었다. 강로한은 퓨처스 46경기 타율 2할6푼8리(149타수 40안타), 2홈런 15타점, 출루율 0.406, 장타율 0.409를 기록했다. 적지 않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OPS(출루율+장타율) 모두 8할을 넘겼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타자들의 OPS를 강조했다. 타율, 안타, 홈런 등 단순 지표보다 꾸준히 팀 타선에 기여함을 나타내는 합리적인 지표라는 최신 트렌드에 맞춘 선택이었다. 퓨처스 수위권의 OPS를 달성한 김민수 강로한의 활용에 롯데가 주목할 수 있는 배경이다.
새 시즌을 앞둔 롯데의 백업 구성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백업 역할을 했던 김동한 허 일이 팀을 떠났고, 신본기도 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3루수 자리엔 한동희를 뒷받침할 백업이 사라졌다. 외야 역시 전준우 민병헌 손아섭 정 훈과 로테이션을 할 자원이 필요하다. 시즌 개막 전 어떤 형태로든 김민수 강로한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허 감독은 기량 외에도 개인 루틴에 맞춘 경기 준비와 강한 멘털을 1군 합류 기준점으로 삼았다. 지난해 주전 경쟁을 거치면서 김민수 강로한도 이런 분위기를 지켜봤고, 1년 간 노력하면서 성과물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활약상과 롯데의 선택은 다가올 스프링캠프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