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외국인 감독이 KBO리그 팀에 부임한 뒤 첫 번째로 겪는 어려움은 선수 이름 외우기다.
KBO리그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이)대호", "(강)민호", "(강)영식" 등 가급적 선수들의 성을 빼고 이름을 불렀다. 선수 이름이 생각나지 않으면 등번호를 언급했다. 다만 주장이었던 조성환만 '캡틴'으로 불렀다.
KBO리그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었던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은 2016년 10월 SK 와이번스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 이름의 한글 발음을 영어로 써서 선수들의 얼굴과 매칭시켰다. 주로 이름을 불렀지만, 몇몇 선수에게는 애칭을 활용했다. 문승원은 '무니(Moony)', 박종훈은 잠수함 투수를 의미하는 '서브마린'에서 연상한 '서비(Suby)'라고 불렀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은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거제도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하면서 선수 이름을 외우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1차 캠프가 끝날 시점에 선수 얼굴만 봐도 이름이 튀어나올 수준이 됐다. 특히 수베로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맷 윌리엄스 KIA 타이거즈 감독도 선수 이름을 외우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수베로 감독보다 KBO리그를 1년 먼저 경험한 윌리엄스 감독은 "선수 이름을 외우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나도 별명으로 시작했다"며 웃었다. 이어 "시즌을 보내면서 라인업 카드를 적으며 선수 이름을 잘 외울 수 있었는데 몇몇 선수 이름이 아직도 헷갈린다. 가령 황대인처럼 'HW'가 들어간 선수들을 발음할 때 틀리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도 노력 중이고, 완벽함을 추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