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2021년 KBO리그 시범경기 전까지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의 타율은 1할5푼4리(13타수 2안타)에 불과했다.
이날도 방망이는 날카롭게 돌지 않았다. KIA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를 상대해 1회 첫 타석에서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다. 3회 두 번째 타선에선 1루수 포구 실책으로 출루했지만, 실책이 아니었다면 아웃이었다. 5회에도 무사 1루 상황에서 투수 앞 땅볼로 2루로 뛰던 주자가 포스아웃됐다.
하지만 7회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바뀐 투수 좌완 김유신의 6구 134km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 115m.
경기가 끝난 뒤 이정후는 "이전까지 자연스럽게 팔로스로가 뻗어져야 하는데 왼팔이 많이 쓰이더라. 왼쪽 어깨가 엎어져 들어왔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오른팔을 앞으로 뻗어보자고 했는데 좋은 스윙에 잘 맞은 것 같다"고 밝혔다.
8회 수비 때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선두 김호령의 중견수 뜬공 때 타구를 놓치고 말았다. 타구가 햇빛에 가려 낙하 지점을 완전히 놓쳐버렸다. 결국 김호령에게 3루타를 허용했다. 이정후는 "오후 2시 경기일 때 챔필 자체가 중견수 정면에 해가 떠있다. 해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는데 오후 4시가 조금 넘어서도 해를 마주보고 있는 상황이다. 예상을 하고 있었음에도 (공이) 아예 안보였다. 다음에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낙구한 것을 가장 중요한 순간 슈퍼캐치로 만회했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오선우의 좌중간 담장을 맞추는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잡아냈다. 이 상황에 대해 이정후는 "사실 이 타구도 처음에는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에 보여서 겨우 잡을 수 있었다. 또 아까 (햇빛에 가려) 실수한 것도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잡는다는 생각으로 시범경기임에도 무리를 했다"며 웃었다.
"수술한 어깨 불편했는데 지금은 괜찮다"는 이정후는 "평소 낮 경기보다 눈이 더 많이 부셨다. 수비할 때 날씨가 따뜻하지 않고 바람 체크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나마 시범경기가 계속 원정경기라 타구장 환경을 체크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후는 데뷔시즌이었던 2017년 시범경기(타율 0.455)를 제외하면 지난 2년간 시범경기에서 타격감이 썩 좋지 않았다. 그러나 정규시즌 때는 달랐다. 매년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고, 4년 연속 160개 이상의 안타를 때려냈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 2루타(49개)에다 100타점도 넘겼다. 이정후는 시범경기를 그저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무대로 생각할까. 아니었다. 그는 "그 때, 그 때 잘해야 한다. 나는 아직 어리다. 10년차 넘는 선배님들이나 시범경기에서 감각을 끌어올린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못하면 개막전 들어가서 잘 친다는 보장이 없다. 시즌 초반보다는 계속 장기 레이스이기 때문에 빨리 타격감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감각은 찾았는데 페이스가 안올라왔다. 좋은 타구는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