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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빼가지 마" 해체위기 제주고, 프로 153SV 레전드 코치의 애타는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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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조규제 제주고 코치(55)는 프로야구 레전드 투수 출신이다.

KBO가 리그 출범 40주년을 맞아 KBO 리그를 빛낸 '레전드 40인' 선정을 위한 177명의 후보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역 시절 153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좌완 마무리투수. '원조 마무리' 김용수 정명원 등과 함께 프로야구에 세이브 투수 개념을 정착시킨 인물로 꼽힌다. 1991년 쌍방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 현대(1999년), SK(현 SSG, 2001년), KIA(2004년) 등을 거치며 활약했다.

은퇴 후에도 단 한번도 쉬지 않았다. 프로 지도자로 변신, 현대, 히어로즈, KIA, LG, 삼성에서 약 15년 동안 투수코치로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군산 금광초등학교에서 시작한 이후 40년 넘게 쉴 새 없이 달려왔던 야구인생. 프로 유니폼을 벗자마자 찾은 곳은 야구 불모지 제주였다. 2020년까지 삼성 코치로 한솥밥을 먹던 제주고 박재현 감독의 부탁으로 올 초 제주고 코치로 부임했다. 굵직한 고교와 대학에서 좋은 조건의 모시기 제안을 모두 고사했다. 삼성 코치 시절 박 감독과의 한마디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조 코치는 약속과 신의, 인성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선수 시절 부터 지겨울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전날은 과한 술자리도 자제한다. 학생들 앞에서 담배도 태우지 않는다.

"학생들 상대하는 데 제가 모범을 보여야죠. 야구도 야구지만 지극히 상식적인 기본부터 가르쳐야 하니까요."

정도를 걷는 모범적 지도자. 그런 그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있다.

2019년 해체 위기를 극복하고 학교, 학부모, 지도자 모두의 노력으로 천신만고 끝 어렵게 살려낸 제주 야구의 요람. 도와주지 못할 망정 몇 안되는 중학생 유망주를 빼가려는 지도자들이 있어서다.

도내 유일의 야구부가 있는 제주고의 선수 수급처는 제주제일중학교가 유일하다. 내륙지역 중학교에서 제주고로 건너오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나마 몇 안되는 유망주를 빼가면 제주고는 또 다시 존폐 위기에 놓일 수 밖에 없다. 보다 못한 조규제 코치가 나섰다.

"저희는 제주제일중에서 선수를 다 받아야 간신히 스무명 남짓 맞출 수가 있어요. 2,3년 전에 고교 감독들끼리 모여서 '제주고 야구부 해체되면 안되니 제주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이걸 안 지키고 슬그머니 작업해 빼가려는 지도자들이 있어요. 최소환의 상도의에 어긋나는, 야구인으로서 부끄러운 행동입니다."

야구도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하다. 불모지인데다 선수도 몇 없는 제주에서 중학교 선수를 하나둘씩 빼가면 제주고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제주 유일의 고교팀이 선수 수급 문제로 해체되면 제주 지역 야구 꿈나무들은 꿈을 펼칠 기회조차 없어진다.

이는 비단 제주 뿐 아니다. 일부 명문고를 제외한 많은 지방 고교팀들은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적어도 해당 지역 유망주 만큼은 지켜줘야 한다. 하나둘씩 고교팀들이 사라지면 결국 명문팀 조차 존립기반을 잃게 된다. 순망치한이란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눈 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싹쓸이 스카우트를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선수의 발전과 육성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기저기서 좋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실력이 안 올라오는 선수는 그대로 방치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래서 결국 제주로 다시 돌아오는 선수도 있고요. 지도자가 선수를 끝까지 보살펴서 제대로된 선수를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저 눈 앞에 성적에만 급급한 지도자들의 욕심이죠."

'바른생활 사나이' 조규제 코치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들. 조 코치는 다시 한번 상도의를 강조했다. "지금 중3 야구부 학생들이 모두 진학해도 저희는 스무명이 채 안됩니다."

애타는 프로 레전드 출신 지도자의 절규. 제주 야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무분별한 스카우트는 지양돼야 한다. 야구에도 상생의 길이 있고,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